개마고원에 단풍물들면 노고단에도 물든다
분계선 철조망 녹슬거나 말거나
삼천리 강산에 가을이 물든다
-류근삼 시인의 '단풍' 중에서-

 

▶20일, 원로시인 류근삼 씨가 통일염원을 담은 자작시를 붓글씨로 옮겨 서예전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94년, 계간 '사람과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줄곧 민족의 분단과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써온 원로시인 류근삼(64세) 씨가 20일,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 전시장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통일시 서예전'을 열었다.

민족자주평화통일(이하 민자통) 대구경북지회 의장이기도 한 류근삼 시인은 자작시집 「개불란」(1995), 「글자가 절마가」(1996), 「민통선 안에는」(1999), 「거미울고개」(2003)에 수록된 시들과 최근 창작한 시들을 손수 붓글씨로 옮겨 서예작품을 제작한 뒤 서울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전시된 서예작품들은 각각 특색 있는 글씨체를 하고 있으며 특히 지뢰를 밝아 다리 한쪽을 잃은 김동필 노인의 사연을 적은 시 '지뢰이야기 3'은 한반도 모양으로 제작돼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내 전시장 전경.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서예작품을 만들기 위해 6년 전부터 붓을 들었다는 류근삼 씨. 그는 시의 분위기에 걸맞는 서예작품을 만들기 위해 글씨체를 직접 창작키도 했다. 전시장 내부에 빼곡이 걸린 47점의 서예작품들은 모두 다른 글씨체를 하고 있다.

류 시인은 이날 오후 2시, 전시장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여해 "나의 조그마한 힘을 모아 여러분의 운동에 보탬이 되기 위해 개미가 물어 나른 모래가 큰산이 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경과를 설명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해 나가는 집념으로 신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개막식에 참여한 민자통 김을수 의장,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 등 통일운동 단체 원로 20여명은 류 시인의 작품에 대해 저마다 한 마디씩 던지며 이번 서예전이 시민들에게 통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류 시인의 '지뢰 이야기3'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시화전 주최측인 민자통의 김을수 의장은 "민족의 화합과 단합을 이루려면 60년에 걸친 응어리를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이 큰 파도로 출렁일 때 비로소 외세의 간섭이 없는 조국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라 말했다.

류근삼 씨는 지난 해 5월 25일에도, 대구에서 통일시 서예전을 연 바 있으나 원로들은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서예전에 더 각별한 의미를 두었다.   

범민련 남측본부 나창순 의장은 서예전에 대해 "2005년, 조국애와 민족애로 투쟁하고 사업하는, 통일에 기여하는 열정과 지혜가 넘치는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훌륭한 시를 묵향에 담아 낸 애국애족의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통일연대 한상렬 상임대표는 "선생의 시는 평이하고 담담한 시지만 울려나오는 사무침과 아픔이 있다. 살아 넘치는 혼을 느꼈다"고 평가하고 "2005년을 자주통일의 원년으로 만들어 내는 벽두에 열린 이번 시화전으로 힘을 나눠가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시에 대해 "남북을 어우른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민중이 겪는 고통까지 담고 있다"고 표현하고 "시를 통해 민족사랑이 인류애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개막식을 마무리하고 테이프 커팅식을 가진 이들은 류금삼 시인의 안내에 따라 각 시에 얽힌 사연을 전해들었다. 류근삼 시인의 시에는 통일염원 뿐만 아니라 이라크 전쟁으로 죽어간 아이들, 미군 탱크에 깔려죽은 효순이, 미선이의 이야기, 눈시울을 적시며 북으로 돌아간 북녘 미녀응원단의 이야기 등 분단의 생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통일시 서예전을 개최한 류근삼 시인.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검은치마 흰 저고리 단아한 조선옷 가지런한 북녘처자들이 벌겋게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아리랑응원단들은 단일기를 흔들어대면서 안녕히 다시 만나요 재창삼창 눈물범벅 합창 마저 잘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 아무리 외쳐도 피붙이들을 실은 버스들은 무정하게 떠나버렸습니다 (류근삼 시 '안녕히 다시만나요' 중)

류근삼 시인이 특별히 마음에 들어하는 시는 '안녕히 다시만나요'란 시다. 류 시인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당시 북녘 응원단의 모습을 보며 분단의 아픔을 절감했다고 한다. 미군들 서슬이 너무 시퍼래서 남북이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판문점 지척에 단일기가 휘날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일기를 위하여'도 류 시인이 아끼는 시다.

류근삼 시인은 계속 자신의 시를 서예작품으로 만들어 '통일문화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민자통이 주최하고 천석묵연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통일연대, 4월혁명회가 후원한 이번 전시회는 24일까지 5일간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류근삼 시인과 함께 테이프 커팅식에 참가한 통일단체 원로들. (왼쪽부터 통일연대 한
상렬 상임대표, 류근삼, 범민련 나창순 의장, 민자통 김을수 의장, 강정구 교수)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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