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는 이제 스탈린주의적 사회주의 체제의 원형에서 너무 멀어졌고 명실상부하게 시장사회주의에 접어들고 있다."
7.1경제관리개선 조치 후 지난 2년 6개월간 북한 경제ㆍ사회의 변화상을 입체적으로 해부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통일연구원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6일 연구총서 '7.1조치 이후 북한 체제 변화: 아래로부터의 시장사회주의와 개혁'에서 시장사회주의를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는 분권적 사회주의체제로 본다면 북한은 제도ㆍ기능면에서 시장사회주의라고 평가할만하다며 오히려 계획보다 시장이 더 생명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7.1조치 이전의 변화는 주로 경제난과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주류를 이뤘고 7.1조치도 사실상 그에 따른 것이었다면 7.1조치 이후 변화는 국가의 정책적 변화에 의해 주도됐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통일거리시장 등 종합시장과 관련, 7.1조치 이전 암시장을 통제하려 해도 실효성이 없는데다 국가가 주민생계를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통제보다는 양성화해 국가 관리하에 두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을 제도화함으로써 행정차원의 지도ㆍ관리를 할 수 있고 판매자의 자격, 상품 선정 등 종전에 없었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국가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특히 개별 주민만이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종전과 달리 국영기업소ㆍ협동단체도 시장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종합시장은 규칙에 따른 시장으로, 국가경제의 공식부문으로 편입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7.1조치로 독립채산제와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국영상점ㆍ식당을 개인이 접수하는 경향이 증대되는 등 상업과 서비스업종이 사영화돼 가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연구위원은 이어 7.1조치로 북한 주민의 생활양식과 가치의식이 시장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계를 배급에 의존하는 등 종전의 국가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존을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직업으로서 장사를 선택하는 상인화 경향이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성 중시에서 벗어나 고위급에서부터 말단 주민에 이르기까지 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가 하면 집단주의가 무너지고 "남을 속여서라도 내가 살아야 한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식변화는 가히 '북한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서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주체사상ㆍ사회주의ㆍ당 및 지도자에 대한 인식은 겉으로 표출되지 않을 뿐 체제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고 있다며 "보이지 않는 개혁인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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