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2일 당내 일부 강경파가 여야 지도부 4자 회담 합의결과를 놓고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까지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깊은 후유증을 겪었다.
재야 및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강경파는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한나라당과의 합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4대 입법의 합의처리 약속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격앙된 모습이었다.
4시간 가까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협상결과에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이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의총에서 "이번 4자 회담의 결과는 다수결의 원칙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무효"라며 사실상 지도부의 인책론을 주장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집권여당과 야당이 협상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주느냐 덜 주느냐 차이는 있겠지만 여당은 보따리를 푸는 입장이고 야당은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좀 더) 얻어가려는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장은 또 "일단 국회를 정상화시킴으로써 국민들이 다시 기대를 갖게 됐다"고 전날 합의의 의미를 설명한 뒤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점을 지적하면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며 의총 모두발언을 마무리했지만 의원들은 의례적인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도 "(국보법이 논의될) 대표회담에서 최선을 다하겠으니 의원들도 든든하게 받쳐달라"며 "짧은 기간 최대한 성과 내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이해를 당부했다.
그러나 강경파의 중진인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일부 사회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벌이고 있는 국보법 폐지 농성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분노해야할 때 분노하지 않는 X은 나쁜 X"이라며 "12월31일 자정까지 밥을 굶더라도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지도부가 4대 입법을 연내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확실하게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며 "29일 본회의 전날까지 상임위에서 4대 입법에 대한 처리가 안된다면 직권상정이라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지난 20일부터 4대 입법의 연내처리를 요구하며 '240시간 의총'이란 이름으로 국회에서 농성 중인 강경파 의원들은 농성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당내 중진들은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적극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韓明淑) 의원은 "지금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할 때"라고 말했고, 이용희(李龍熙) 의원은 "협상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원래 지도부가 협상하고 나오면 혼이 좀 난다"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