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민족 선진공동체 통일방안'이라는 자체 통일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은 중.장기적 목표를 염두에 둔 다목적용 포석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이런 능동적 자세에서는 '수권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 '기획성'이 읽혀진다.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시절 한나라당은 번듯한 통일정책을 제시하지 못해 늘 수세에 몰렸다. "민족의 최대 중대사인 통일문제에 대한 비전과 전략도 없으면서 어떻게 집권을 논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성가시게 뒤따랐던 것.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시안은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는 남북, 통일의 문제에 관해 지금부터 이론과 관점을 정리, 2007년 대선에 대비하고자 하는 '선행투자'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당 선진화 프로그램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전향적, 미래지향적 통일정책을 통해 '수구냉전 세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하고 당의 외연을 넓혀가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와 관련, '정부참칭' 문구를 삭제하고 법안명칭도 바꾸기로 사실상 당론을 확정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세부내용에 있어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고 대북 퍼주기식도 아니고 철저한 '1대1 주고받기식'도 아닌 호혜적 상호주의 등을 강조, 대여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통일방안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포용적 개입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으로 요약된다.

'포용'과 '개입'의 양립이 쉬워 보이지 않지만, '포용'은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북한을 안고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고, '개입'이란 북핵이나 북한 인권문제 등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통일방안 3원칙으로 ▲선진자주 ▲민주 평화 ▲민족복리를 제시했다.

'선진 자주'란 '열린 자주'와 같은 뜻으로 북한이 내세우는 반외세, 배타적 자주(自主)통일과 배치되는 개념이며 국제협력의 틀 속에서 남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의 추진을 의미한다.

북한 핵, 인권 등 한반도 문제가 국제 문제화되고 있는 시점을 맞고 있는 만큼 통일논의도 한반도 내부에만 얽매여선 안됨을 전제로, 남북이 주도권을 갖자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민족복리'를 강조한 것은 "어떤 식이든 통일만 되면 된다"는 '무조건적 통일지상주의'에 반대하며 남북한이 한 민족으로서 호혜적,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통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통일방안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로 한나라당은 ▲비무장지대 평화시 건설 ▲북한판 마셜플랜과 같은 과감한 대북경제지원 ▲남북경협시 현금거래 신중 검토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방안을 제시,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내세운 것은 현 정부여당의 정책과 가장 구분되는 점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대북경제지원에 집중해왔으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정치.사회적으로도 정상적인 국가로 변화해 가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선 적극적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보수파들이 엄존하고 있는 한나라당내 사정을 감안할 때 시안이 당론으로 확정되기까지는 당안팎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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