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국회 법사위에 상정을 시도하는 등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폐지의 정당성을 알리는 전시회가 민주노동당의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렸다.
'빨간 건 다 물엇!'이라는 이름의 이 전시회는 3일 오전 11시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천영세 원내대표, 조승수, 강기갑, 이영순 의원, 열린우리당 김선미, 강혜숙 의원, 범민련남측본부 나창순 의장, 통일광장 권낙기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전향 장기수 선생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개막식을 가졌으며 4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이 전시회에는 지난 99년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7조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징역 10월 선고유예를 받는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사본을 비롯하여 조정래의 '태백산백',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어둠을 넘어',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의 소위 이적표현물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가보안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그 폐해를 다룬 '국가보안법, 국민수난 56년'과 세세진 감독의 '안덕영의 빼앗긴 삶' 영상물 상영, 미술기획자 반이정씨가 제공한 '시국선언'이라는 소주제의 그림 및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주최측은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소위 '이적표현물'이라 분류된 그림과 서적들이 다수 전시된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전했다.
▶개막식에 비둘기로 형상화돤 한반도가 국가보안법이라는 가죽끈으로 묶여 있는 대형 상징물이 등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개막식은 각계 참여 인사가 대형 펼침막을 걷는 순간 '그림공장'이 제작한 '내가 존재하므로 너를 통제한다'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작품은 비둘기로 형상화된 한반도가 국가보안법을 상징하는 가죽끈으로 묶여 있는 대형작품이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는 인사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역사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를 17대 국회에서 반영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오늘이라도 국가보안법을 (법사위에) 상정해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대표와 김혜경 대표, 이영순 의원이 삭발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김혜경 대표는 전시회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으로 목숨을 잃었는지 그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려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만드는 자리"라고 설명하며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던 범민련남측본부 나창순 의장은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 일들이 국회에 서 벌어진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더 기다려서는 폐지되지 못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에 합세해서 과감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못박힌 국가보안법.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지난 1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63인의 삭발식' 장면을 모자이크로 처리한 사진을 보고 있던 천영세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국가보안법에 대해 전혀 무지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시민 박문식(인천 거주, 32)씨는 "전시회를 보며 하나 하나 읽어보니 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알게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전시회는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의 후원으로 열렸으며, 4일까지 계속된다.
▶'태백산맥' 등 이른바 '이적표현물'로 분류된 서적들도 전시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