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계는 올해 자본주의 사상ㆍ문화 유입방지에 주력하면서 체제를 찬양하는 다양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3일 북한 노동신문 최근호(11.28)는 '정치사상전선을 지키는 데서 위력을 떨친 선군혁명문학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문화계 활동을 결산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선군혁명문학예술'이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홀로서기를 시작한 1995년 이후 북한의 문학과 예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노동신문은 이어 올해 북한 문화계의 가장 큰 성과는 "반동적인 사상문화 침투책동을 짓부수며 반미 대결전에서 혁명의 붉은기를 지켜낸 것"라며 "가장 혁명적인 선군문학예술이 있었기에 제국주의자들의 부르주아 문화가 기어들 단 한치의 틈도 이 땅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신문이 밝힌 각 예술분야의 올해 성과를 간추려본다.

▲음악 = 노동신문은 "올해를 주체음악 예술사에서 특기할 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당의 의도와 정책을 민감하게 반영한 가요와 인민의 풍만하고 낙천적인 가요들이 창작됐다"면서 "혁명군가에 맞춰 가요창작과 성악, 기악 등 음악예술의 전반적 부문에서 혁신이 창조됐다"고 밝혔다.

올해 나온 최고의 작품으로 합창조곡(모음곡) '백두산아 이야기하라'(리범수 작사, 엄하진 작곡)를 꼽았다. 지난 3월에 발표된 이 노래는 서곡과 6개 악장, 종곡으로 구성됐으며 고(故)김일성 주석이 무장투쟁으로 고난을 극복해온 과정을 선율로 옮긴 작품이다. '선군시대 제1의 나팔수'로 불리는 북한군 공훈국가합창단의 합창으로 보급됐다.

이 합창단은 지난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합창조곡 '선군장정의 길'에 이어 '선군시대의 대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을 발표, 북한 최고의 합창단임을 재확인했다.

이외에도 주목받은 작품으로는 '우리의 장군님은 위대한 선군령장', '선군의 기치 따라 계속 혁명 한길로', '녕변의 비단 처녀' 등이 있다.

성악가들이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한 것도 두드러진 성과다.

베이스 석지민이 6월 이탈리아 국제네투노 성악콩쿠르에서, 베이스 김기영과 메조소프라노 백미영이 8월 이탈리아 타우리노바 국제성악콩쿠르에서 1위에 각각 올랐다. 또 5월에는 소프라노 리향숙이 이탈리아 주세페 디 스테파 노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이외에 문학예술출판사는 광복 이후 최근까지 나온 가요를 집대성한 '조선음악전집'(전 20권)을 완간했다. 1988년부터 출간된 이 전집은 '국보(國寶)적 작품', '선군시대의 또 하나의 자랑'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미술 = 최고의 작품으로 김일성 기마(騎馬)동상이 꼽혔다.

지난 4월 평양 만수대창작사에 세워진 기마동상은 말을 탄 김 주석이 한 손으로 쌍안경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김일성 동상은 북한 전역에 7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마동상은 이것이 처음이다.

백두산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216개 봉우리를 그린 대형 병풍화 '백두산 천지의 216 봉우리'(높이 2.2m, 길이 30m)도 주목받았다. 만수대창작사 산하 조선화창작단의 화가 20여 명이 '백두산천지종합탐험대'의 고증을 받아 창작한 이 작품은 김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에 전시됐다.

이외에도 다박솔초소 설경, 철령의 철쭉, 대홍단의 감자꽃 등 선군시대의 자랑 8가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선군8경 병풍' 등도 '선군시대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평가됐다.

▲영화 = 북한군 4.25예술영화촬영소가 만든 '그는 대좌였다'와 '나의 스승'이 대표적인 수작으로 평가됐다.

'그는 대좌였다'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영화는 북한군 전선부대 포병부사단장으로 있던 주인공(창혁)이 제대 후 소속 부대 관할 지역에 있는 영진강에 건설되는 발전소 건설현장 노동자로 다시 들어가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발전소를 건설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나의 스승'은 제자들을 찾아 강원도 안변청년발전소(금강산발전소)에 간 중학교 교사 연희가 제자 은실이 공사를 하고 있는 북한군을 고무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요즘 북한에서 강조되고 있는 '북한군 따라 배우기'의 홍보작품이다. 주인공인 공훈배우 박행순(연희 역)의 뒤를 인민배우 리익승ㆍ김정운 등 조연들이 뒷받침해 완성도를 높였다.

북한군 4.25예술영화촬영소 전속 배우들이 출연한 경희극 '철령'이 평안북도 신의주와 자강도 강계 등지를 40여회 순회공연했다. 경희극(輕戱劇)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는 이 작품은 추운 겨울철 군인과 주민이 하룻밤 사이에 철령을 넘는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옮긴 것이다.

철령은 북한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철 새벽녘에 이 고개를 넘어 최전방을 시찰한 것을 계기로 '고난극복', '승리' 등을 뜻하는 상징으로 통한다.

▲문학 =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 찬양시와 비전향 장기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시 작품으로는 '철령의 선군찬가', '장군님 따라 승리의 한길로', '백년이 가도 천년이 가도', '백두산은 영원히 높이 솟아 빛내리' 등이 우수작품으로 평가됐다.

비전향 장기수를 모델로 한 작품도 수십편이 발표됐다. 이들 작품은 '중ㆍ장편 소설 100편 창작전투' 일환으로 창작됐다. 비전향 장기수 소설은 2000년 9월 이후 집중적으로 창작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북한신문(6.12)은 올들어 약 20편에 달하는 비전향장기수 관련 장편소설이 출판돼 독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신문은 대표작으로 '붉은 수인'(박태수), '축복'(최봉무), '삶의 보람'(백현우), '북으로 가는 길'(권정웅), '인간 의 한생'(허춘식) 등을 소개했다.

▲공연 = 교예(서커스)단의 해외 공연이 관심을 끌었다.

평양교예단과 평양모란봉교예단 등이 스위스, 중국 등 해외공연을 가져 '듣던 그대로였다'고 호평을 받았다. 평양교예단은 지난달 중국 우한(武漢)교예축전에서 대상인 '황학금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제2의 나팔수'로 불리는 군인가족 예술공연, 전국농업근로자예술축전, 전국 연극축전 등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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