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가포르 FTA로 우회, 민족내부거래 인정 쉽지 않아
'Made in R.O.K'냐, 'Made in D.P.R.K'냐.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한국산과 동일한 특혜관세를 부여키로 한 한국-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은 북한산 물품의 국제적인 수출제약을 피하기 위해 우회로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민족내부거래 첫 인정'이라는 평가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한 대우를 부여하기로 한 것은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대 싱가포르 수출에 관한 것"이라며 "남북한간 교역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현재 남북간 교역은 '민족내부거래'라는 논리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과거 동서독의 경우 상호교역에 대해 민족내부거래로 무관세를 부여하면서 당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예외조항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확하게는 세계무역기구(WTO가는 현재 남북간 교역량이 미미한 상황에서 남북간 무관세 교역에 대해 묵인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만약 일부 국가에서 남북간의 무관세 관행에 대해 제소할 경우 복잡한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싱가포르와 FTA 협상과정에서 '민족내부거래' 논리는 전혀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중계무역국인 싱가포르가 해외에서 무관세로 물품을 들여와 제3국으로 다시 수출하는 것처럼 개성공단 제품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에서 만든 물건에 대해 'Made in D.P.R.K'를 분명히 하되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졌음을 표시해 특혜관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한 판로 확보차원에서 앞으로 다른 FTA 협상과정에서도 싱가포르 사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북한이 적성국가로 규정돼 미국권 국가에 수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판로 개척을 위해서는 개성산 제품에 대한 예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일각에서는 한-싱가포르 FTA에 대해 양자간 문제로 보면서도 제3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회견에서 "만일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산으로 표기돼서 싱가포르에 수출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제 3국에 불법 수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며 북한산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싱가포르 FTA 모델말고도 현실에 바탕을 둔 또 다른 방책으로 민족내부거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상론을 뛰어넘는 길이 개성공단 제품의 국제시장 진출을 결정짓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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