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이동복 전 의원이 '독립신문'에 「김현희를 둘러 싼 새로운 '진실게임'」이라는 흥미로운 글을 게재했다.

KAL858기 폭파범으로 알려진 '김현희'와 '진실게임'이라는 제목부터가 뭔가 심상치 않은 내용이 담겨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글의 요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북한이 일본에 넘겨준 일본인 납치자 신상정보 중 '다구찌 야에꼬'(田口 八重子)라는 여성의 행적이 김현희가 '리은혜'라고 지목한 여성의 북한에서의 행적과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복 전 의원은 북한이 김현희와 리은혜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북한과 KAL858기 사건의 관계를 단절시키려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다구찌 야에꼬=리은혜?'

그런데 이같은 이 전 의원의 논지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이 전 의원이 철석같이 전제로 삼고있는 '다구찌 야에꼬=리은혜'라는 등식이다.

이 등식은 1991년 5월 16일 김현희가 다구찌 야에꼬 사진을 보고 '사진을 보는 순간 은혜선생님임을 알 수 있었다'고 증언한 기자회견을 가진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런 김현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나 우리 정부는 최근까지도 공식적으로 이같은 등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김현희의 숱한 거짓말들에 관한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다쿠치 야에코는 이은혜인가?' 참조)

이동복 전 의원은 이 같은 믿기 어려운 김현희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전제에 근거해 다구찌 야에꼬의 행적이 리은혜의 행적과 다르다며 뭔가 북한의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다구찌 야에꼬와 리은혜는 별개의 인물이며 따라서 두 사람의 행적은 달라야 마땅하다고 인정하면 아무런 모순도 없는 평범한 일을 가지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동복과 김현희의 '진실게임'?

그러면 이렇듯 별로 증언의 신빙성도 떨어지는 김현희의 말만을 믿고 '진실게임' 운운하는 이동복 전 의원은 누구인가?

이동복 전 의원으로 말하면 남북대화의 산증인으로도 불리울 만큼 오랫동안 정보계통의 공직에서 남북관계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TV 토론프로에서 보수적 논지를 펴온 남북문제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 전 의원은 김현희라는 북한 화동(花童)으로부터 자신이 꽃다발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 (관련기사 "이동복은 김현희로부터 꽃을 받지 않았다" 참조)

여러 정황상 도저히 이 전 의원이 김현희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72년 남북조절위원회 대표단으로 평양에 가서 두 번째 화동인 김현희에게서 꽃다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현희와 당시 안기부가 남측 대표단의 일원인 장기영씨에게 세 번째로 꽃다발을 건넸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두 번째로 꽃다발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전 의원이 다시 '다구찌 야에코=리은혜'라는 김현희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북한의 의도에 대해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동복 전 의원과 김현희 만의 '진실게임'이 감춰져 있는 모양이다.

29일, KAL858기 사건 17주년 맞아 추모행사

오는 29일이면 115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태우고 사라진 KAL858기 사건이 발생한지 17년이 되는 날이다. 국회에서는 과거사진상규명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KAL858기 사건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김현희의 진술에 따른 당국의 사건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17년간 쉼없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고 29일에는 시청앞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의혹을 파헤치는 토론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시점에 스스로 김현희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는 이동복 전 의원이 북한이 제시한 다꾸찌 야에꼬의 행적이 김현희가 말한 리은혜의 행적과 다르다는 글을 기고하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아 넘기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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