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오후 외교통상부 집무실에서 이수혁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역시 열리지 못하고 있다.

통일뉴스는 창간 4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로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10월 29일 오후 4시 외교통상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6자회담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수혁 수석대표는 최근 4차 6자회담 개최를 위한 비공식회의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 "모이는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이라며 "실무그룹회의를 한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규모나 형식을 좀 간소화한 회의를" 본회담에 앞서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미간이나 남북간 회의같은 형식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3차 6자회담 종료시 의장성명에서 4차 6자회담 본회담에 앞서 실무회의를 통해 '비핵화의 범위와 기간, 검증, 상응조치를 정의해서 4차회담에 건의'하기로 한 합의를 우회함으로써 조속한 4차회담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대표는 4차회담이 열릴 경우 미국측의 입장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파월 장관도 그렇고 캘리 차관보도 그렇고, '회담장에 나와봐라. 나와서 들으려고 하라'는 메시지를 지금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 정도라면 3차회담에서 제안했던 것을 더 발전시키는 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희망적으로 관측했다.

특히 이 수석대표는 북한이 미국 이외에 나머지 4개국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주요하게 강조했다. "4개국이 미국을 견제해주길 북한이 원한다면, 북한이 미국하고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나라한테 미국을 설득해주게 하는 것이 더 유용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실례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의 경우 미국 혼자만 하는 것보다 "나머지 4개국이 같이 보장을 해주면 더 안심할 수 있는 것"이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도 6자회담의 틀 안에 있는 것"이라며 나머지 4개국의 견제역할을 강조했다.

▶이수혁 수석대표는 북한이 한.중.일.러 4개국의 영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남북간 직접 대화 통로를 제안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수석대표는 공식적으로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지만 김계관 부상을 만났을 때 "수시로 좀 만나자"는 정도로 이야기한 바가 있다며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도 북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만큼 폐쇄적이다"며 "북한의 협상태도에 대해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고 평했다. "회담에 나올 때마다 흔쾌히 나온 적이 없고 마지막 순간에나 날짜를 준다든지 해서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라는 시각이 전제되지만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접근해야 되는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이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지금 북한의 인권문제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이 더 상위개념으로 돼 있으니까 다른 문제들은 완급을 조절한다든지 내용을 조절해야 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 수석대표는 북측이 "적어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얼마나 면밀하고 지모있게 대응하고 있냐고 평가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옵션(수단)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던 미국을 상대로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이나 북한자유법안에서 출발한 북한인권법이 그나마 완화된 수준으로 나타난 것도 "우리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서"라고 설명하고 "이런 노력들도 북한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수석대표는 미국 대선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주장해온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6자회담의 미래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케리 후보가 그동안 이야기한 것도 6자회담 안에서 양자대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케리 후보는 북미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북핵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6자회담 안에서도 북미간의 접촉을 굉장히 절제하고"있지만 "케리 후보는 북한이 미국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니까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런 차원에서 일방이 원하는 것이니까 양자접촉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6자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동결에서 폐기로 넘어가는데 "미국이 3개월이라고 하고 우리는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6개월인데, 3개월이나 6개월이나 큰 의미는 없다"며 "우리도 6개월일 때 아주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6개월이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북한의 결단만 있으면 3개월 아니라 한 달 안에도 바로 폐기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대표는 6자회담은 "북한 스스로도 핵무기 계획은 폐기를 하겠다는 전제하에 이 회담에 참여하고 있다"며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을 해도 좋다"고 말하고 북핵문제는 "우리 민족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도 당위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듯 이 수석대표는 "내용이 그대로 나가느냐"고 확인하기도 했는데 지면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인터뷰 내용을 가능한 가감없이 싣는다.


<이수혁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 인터뷰>


일시 : 2004. 10. 29  오후 4시
장소 :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이수혁 차관보 집무실
대담 : 김치관 편집국장
정리 : 이현정 기자
사진 : 김규종 기자


비공식회의, "대표단 수를 간소화하자는 것"

□ 통일뉴스 :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방한해서 북핵문제를 조속한 시일내로 종결, 해결하자고 말했는데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일상적인 바람인지?

■ 이수혁 : 지금 북한이 9월말까지 회담을 하자고 합의하고 일단 나오지를 않았다.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회담을 연기했는데, 어쨌든 9월말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도 안되니까 11월 전에는, 금년을 넘겨서는 곤란하다는 게 나머지 5개국의 대개의 입장이다.

그래서 11월에는 해야된다는 나라도 있고, 또 11월에는 실무그룹회의을 하든지 비공식회의를 하든지 하고 12월에 본회담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지금 어느 나라가 하나의 입장을 딱 정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런 방안, 저런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이 언제 하는 것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북한은 미국 대선 이후는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11월, 12월에는 해야 한다는 것이 나머지 5개국의 입장이다.

□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11월말까지 회담이 재개되길 바라고 일정을 북한측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가 오늘(29일) 나왔다.

■ 대개 이러한 의견들이 북한에 전달됐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한테는 외교적 경로로는 북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안 했지만 이러한 의사를 여러 외교채널로 북한에 전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하고 회담 날짜를 잡아왔기 때문에 그런 연장선상에서 외교채널로 지금 하고 있을 것이다.

□ 27, 28일에도 말씀하길 비공식회의라도 할 수 있다고 했고, 오늘도 우다웨이 부부장은 '실무그룹이나 고위급 접촉'이라는 표현을 썼다. 비공식회의의 경우 어떤 형식으로 할 수 있나?

■ 예를 들어 6자회담 본회담 같이 형식을 다 갖춘 회담이 아니라 인원수를 줄여서 한다든지, 수석대표끼리만 만난다든지, 4차회담 형식을 갖춘 게 아니고 규모나 형식을 좀 간소화한 회의를 본회담 전에 해서 의견을 한 번 나눈 다음에 공식 4차회담을 하는 방향도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여러 안 중에 하나로 나온 것이다.

□ 규모를 줄인다면 북미 또는 남북간 회의도 가능한가?

■ 아니다. 나라 수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표단의 수를 줄여서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지금 한 나라에서 대표단이 대개 30명쯤 나오고 있다. 나라를 선택해서 한다는 뜻은 아니다.

□ 고위급 접촉이라면 수석대표를 말하는 것인가?

■ 비공식적으로 수석대표끼리도 만나보는 안은 어떻겠느냐는 것인데, 어느 안도 확정되거나 누가 이 안은 좋다, 저 안은 싫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아주 융통성있게 열린 상태다.

□ 예를 들어서 비공식적 형식으로 북미간이나 남북간의 접촉 가능성은 있는가?

■ 지금 현재로서는 그런 계획들이 없다.

남북채널 제안, "부인도 시인도 않겠다"

□ 우리측에서는 항상 북측과의 직접적인 대화 통로가 없다고 하는 데 이를 추진해본 경험은 있나?

▶ 이 수석대표는 남북채널 제안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지금 우리는 뉴욕채널이 있다. 주유엔 북한 대표부하고 주한 대사관 간의 실무적인 채널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어떤 형태로든지 6자회담 틀안에서 북핵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 6자회담 등에서 구체적으로 제안한 적이 있나?

■ 제안보다는 김계관 부상을 만날 때 그냥 쉽게, 어떤 의도를 가지기보다 '수시로 좀 만납시다' 정도로 이야기한 것이다. 제안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고.

□ 남북간 채널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공식적인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성사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인가?

■ 이런 제안은 가능성이 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직 성사가 된 것은 아니니까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 지금 북측의 참여 여부가 관건인데, 북측이 4차 6자회담을 약속해놓고도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다 알려지나 바와 같이 미국 대선이 끝나야 그 결과를 보고 나오겠다는 것이다.

□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회담이 연내에는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나?

■ 우리는 그렇게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금 알 수가 없다. 어떤 나라도 북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그만큼 폐쇄적이고 북한이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또 외부하고 잘 만나지도 않으니까 알 수가 없다.

□ 북측의 현재와 같은 회담에 임하는 전략전술에 대해서 비판적인가?

■ 북한의 협상태도에 대해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회담에 나올 때마다 흔쾌히 나온 적이 없고 마지막 순간에나 날짜를 준다든지 해서 답답하다.

□ 북측 수석대표나 실무담당자들의 개인적 성향이 그렇다고 보는지, 아니면 북한의 외교 패턴이 구조적으로 그렇다고 보는지?

■ 옛날에 4자회담 할 때도 똑같은 형태가 반복됐었다. 전략전술적으로 그러는지 아니면 협상가들의 캐릭터가 그래서 그러는지 내가 헤아릴 방법은 없다.

하여튼 북한은 회담에 나오는 것 자체도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번 파월 장관도 와서 말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은 협상장에 나와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왜 협상장 바깥에서 조건을 붙이고 그러나.

"6자회담은 의제가 없는 회담이다"

□ 북측에 전달하거나 권고,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 이야기한 대로 요구사항이나 바라는 바들을 협상자리에 나와서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협상이다. 나와서 제안할 것이 있으면 제안하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는 것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법의 접근 태도라고 생각한다.

□ 북측에서는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라든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훈련이라든지, 예전 표현으로 하면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에 대해서 '미국을 못 믿겠다, 우리를 압살하려 하니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라는 것은 변할 수 없다. 인권이 억압되고 인권이 신장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현 정부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50년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봐서 그 나라 사정에 맞게 접근해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조급하게 인권문제에 접근하면 오히려 인권이 더 악화되는 상황도 염두에 두면서 해결해 나가야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자고 하는데 북측에서는 협상장 밖에서의 '추가적 상황 악화조치'를 보면서 믿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 문제도 나와서 설명하고 자국의 입장을 밝히면 다 된다.

□ 그렇다면 거꾸로 북한이 남한의 핵물질 실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자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이수혁 수석대표는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일뿐 의제가 없다고 강조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6자회담은 형식적으로는 의제가 없는 회담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일 뿐이다. 언론 스스로가 자꾸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반드시 하도록 해야만 나오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나와서 연설을 한다면 하지 말라고 하겠는가'라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와 우리의 핵실험 문제는 다르다. 북은 오늘도 노동신문을 통해서 북한의 핵 억제력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핵무기 계획이 없으니까. 핵무기 계획이 문제인 것이지, 평화적 핵 이용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평화적 핵시설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투명하게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모두 협조했고, 우리 핵물질 실험은 실험실 수준의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핵무기 계획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 지난 26일 한미 외무장관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인권법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한미 양국간 긴밀히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상정한 것인가?

■ 회담이 열려봐야 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북한이 회담장에 나와서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회담장 바깥에서 6자회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크게 가치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지금 대부분의 질문들이 북한의 통신이나 신문을 통해서 발표한 것을 가지고 하는데 회담장 바깥에서의 이야기는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회담장 안에서 수석대표가 권위있게 이야기하면 대응한다는 것이다.

□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한미 양국간 긴밀히 협의한다는 의미는?

■ 북한인권법이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야 되겠는가. 지금 북한의 인권문제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이 더 상위개념으로 돼 있으니까 다른 문제들은 완급을 조절한다든지 내용을 조절해야 될 것이라는 일반론적인 의미다.

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인권법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고 있다.

□ 반기문 장관이 밝힌 한국측의 북한인권법에 관한 4가지 기본입장*을 말하는가?
(*26일 반기문 장관의 언급 - 북한의 인권법안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는 인권이 인류 공통의 가치로서 세계 어느 데서나 인권은 존중돼야 된다는 원칙과, 두 번째 우리정부도 북한의 인권개선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 세 번째 어느 특정국가, 특히 북한과 같은 국가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서는 어떠한 특수한 사정이나 그 나라가 처해있는 이러한 점도 감안돼야 된다는 점, 네 번째로는 현재 지속중인 남북간 회담이나 6자회담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한미 양국간에 긴밀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 - 편집자 주)

■ 그렇다.

"미국은 북미간의 문제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 첫 단계 조치로 북한의 핵동결에 미국이 보상하는 것은 제네바합의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보상을 할 수 없다. 그 대신 한국과 일본이 보상하는 것을 용납한 것은 큰 진전이라 말했는데.

■ 미국은 동결만 가지고는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네바 합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 다음 단계인 북한의 핵 폐기시에는 어떤 보상이 있나?

■ 북한의 에너지 소요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며, 결국 에너지를 포함한 경제적 지원도 북한이 핵을 다 폐기하게 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 1년간 잠정중단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있나?

■ 경수로 사업은 12월 초까지만 결정하면 되니까 미국 대선을 기다려봐야 한다. 우리의 입장은 지금의 잠정중단이 얼마간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 한승주 주미 대사가 미국 대선 후 빠른 시일안에 6자회담이 성사될 것이라 관측했는데, 만약 북미간 양자회담을 주장한 케리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6자회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 케리 후보가 그동안 이야기한 것도 6자회담 안에서 양자대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케리 후보는 북미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지금은 6자회담 안에서도 북미간의 접촉을 굉장히 절제하고 있다. 미국은 이 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케리 후보는 북한이 미국과 이야기하고 싶어하니까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런 차원에서 일방이 원하는 것이니까 양자접촉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입장이다.

□ 파월 장관이 와서 중국방문 결과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했나?

■ 방중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다. 거기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우리에게 설명해줬다.

□ 파월 장관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중.일을 순방한 것에 대해 6자회담 해결을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다소 선거를 의식해서 조만간 회담이 열릴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 미국은 지난번 9월달에 하자고 할 때도 적극적이었다. 파월 장관이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했다고 해서 선거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왔다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간에도 중요한 문제가 있고, 미.일과 한.미 간의 양자관계도 있다. 북핵문제는 3국 공히 6자회담에 참석하니까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 중국이 탈북자를 상당히 대대적으로 색출하는 것 같은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 우리 정부로서는 탈북자들을 다 수용하고, 중국에게 수용되고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송환하는데 절차도 좀 간소화하고 시간도 좀 단축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다만 흉기를 들고 건물에 진입한다든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기획에 의해서 탈북하는 경우들도 많으니까 중국으로서는 불편한 것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쭉 탈북자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처럼 많은 숫자가 외교공관이 아닌데 들어간다든지 또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기획탈북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좀 규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중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3차회담 제안보다 더 발전시킨 안 내놓을 수도"

□ 현재 6자회담에서 두 가지 축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북한이 어떻게 회담에 응할 것이냐와 미국이 어떻게 4차회담에서 좀더 유연하거나 진전된 안으로 북측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라고 본다. 3차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한 동결 3개월 내에 폐기라는 방안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미국이 3개월이라고 하고 우리는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6개월인데, 3개월이나 6개월이나 큰 의미는 없다. 우리도 6개월일 때 아주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6개월이라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북한의 결단에 달려있다. 북한의 결단만 있으면 3개월 아니라 한 달 안에도 바로 폐기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의 결단인데, 북한의 결단을 요구하는 강도가 빨리 해결하자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3개월도 긴 것이다.

어느 나라는 3개월이고 6개월이고 하는 제안의 차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 미국이 4차회담이 열리면 3차회담 제안보다 좀더 진전되거나 북측이 수용할 만한 '창의적인' 제안을 갖고 나올 것으로 보는가?

▶이 수석대표는 미국측이 더 발전된 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이번에 파월 장관도 그렇고 캘리 차관보도 그렇고, '회담장에 나와봐라. 나와서 들으려고 하라'는 메시지를 지금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정도라면 3차회담에서 제안했던 것을 더 발전시키는 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 북측도 회담장에 나간다는 것은 자신들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뜻일텐데.

■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북한한테 전략적 결단을 내리라고 충고를 하는 것이다. 전술적 차원에서 자꾸 그러지 말고 전략적으로 북한의 이익이 뭔지를 보라는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이 될 것이다.

□ 거꾸로 북측도 미국에게 '결단을 내려라.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라'는 것 아닌가?

■ 미국이 혼자만 결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5개국이 지금 결단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5개국이 다 도울 일은 돕고 보장해줄 것은 보장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 그런데 북의 입장은 나오는 성명을 쭉 보면 미국이 한쪽으로는 대화를 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한쪽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이 문제는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북한이 6자회담을 동의를 해놓고 미국하고만 상대하려고 하면 나머지 나라의 역할은 어떻게 규정하려고 하는가. 나머지 나라의 역할에 대한 정의를 북한은 내려야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영향력과 역할만을 키우는 것이다.

북한이 볼 때는 미국의 영향력과 어느 나라보다 미국의 입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역설적으로 입장이 강한 나라의 입장을 강화시키는 주장을 북한은 지금 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가.

북한과 미국을 뺀 나머지 4개국이 미국을 견제해주길 북한이 원한다면, 북한이 미국하고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나라한테 미국을 설득해주게 하는 것이 더 유용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왜 북한이 혼자서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만 상대하려 하는가. 나머지 4개국의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할 줄도 알아야지.

북한, "4개국 영향력도 활용할 줄 알아야"

북한 혼자의 힘으로는 미국 설득이 안 된다. 다른 나라가 설득을 같이 하면 북한이 힘이 덜 들텐데 북한은 혼자서만 막 미국을 설득해보겠다는 그런 형국이다.

나는 이것이 북한이 정말로 미국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회의를 안 가질 수가 없다. 왜 미국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런 전술로 회담을 하는지. 나머지 4개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영향력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안전보장을 미국 혼자만 한다면 믿겠나. 나머지 4개국이 같이 보장을 해주면 더 안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혼자 미국을 설득하기에 힘들면 다른 나라보고 미국을 같이 설득하자고 하면 도움이 될텐데. 북한이 지금 미국하고 이야기하겠다고 하니...

□ 둘 중의 하나라고 보는데 하나는 북한의 외교방식이나 판세를 보는 눈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하나는 북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 보유를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을 가지고 6자회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의 입장에서는 굳이 핵을 폐기하기 힘든 것 아닌가?

■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도 없고 정권 교체(Regime Change)도 할 의사가 없다고 이야기해 오지 않았나. 이제 그것을 보장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보장을 미국이 보장하는 것만 믿는다는 것인가. 그것은 보장자들이 있어야 될 것 아닌가. 그 보장자를 4개국이 다같이 해주겠다는 것이다.

□ 북의 입장에서는 그 보장보다는 자신들의 핵 억제력이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렇게 전략적 결단을 하면 이제 회담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폐기하겠다고 회담에 나온 것 아닌가. '폐기할까 말까'가 아니라 '폐기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은 둘째치고 러시아와 중국도 핵 억제력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 참여정부 초기에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당시 북에서 핵을 개발하거나 이런 '추가적 상황 악화조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거꾸로 북에서는 '미국이 회담장 밖에서 끊임없는 상황악화 조치를 하고 있는데 뭘 믿으란 말이냐'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특히 한국이 그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해명하는 것을 보면 주변국에 대해서도 신뢰를 못하는 것 아닌가.

■ 누가 상황 악화조치를 지금 하고 있느냐?

□ 예를 들어서 북한인권법 같은 경우 한국측에서 물론 내심 흔쾌하게 받아들이지야 않겠지만 부작용이 없는 한에 있어서 인류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라고 말하는 데, 내가 보기에는 북측 입장에서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울 수도 있겠다'고 표현했다.

6자회담 도중에 북한인권법이 나왔는데 한국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심스런 입장도 이해하겠지만 이런 것을 보면서 과연 북한이 한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 옛날 같았으면 북한인권법안이 나온 것에 대해서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북한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얼마나 면밀하고 지모있게 대응하고 있냐고 평가하리라 생각한다.

□ 그런 측면도 분명히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 외교는 경향성(트렌드)을 봐야 되니까, 경향으로 봐서는 북한이 우리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서 크게 잘못됐다고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적어도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보면 우리의 제안이라는 것이 매우 합리적이고, 굉장히 절제된 반응을 보이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에 6자회담에 관한 한은 북한이 한국에 대해서 그렇게 불만을 이야기할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법, "우리가 조언해서 완화된 것"

□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PSI를 설명할 때 그것은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또 북한인권법은 인류 보편적인 인권문제라는 식인데...

■ 북한 시각에서만 자꾸 인권문제를 보지 말고, 우리가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유럽이나 미국 수준의 인권을 요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봐야 된다.

□ 그렇지만 이란민주화법이나 이라크해방법이 단순히 인권문제가 아니었지 않나?

■ 인권문제는 고도한 정치적 문제다.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보편적이란 말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용어이다. 세계가 추구해야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다 그런 인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니까 보편이 안된 나라가 보편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한 법을 적용한 나라들이 몇 나라가 안 되는데 그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대체로 그런 국가나 정권에 대한 전복을 추구한 것 아닌가?

■ 북한 인권문제를 우리가 객관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지 않나. 북한 인권을 우리가 국제적 수준에 다다랐다고 보지를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해서 그 평가까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 현황을, 미국이 보는 그런 인권 수준을 다르게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각으로는 보지만 접근방법을 달리 한다고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더 큰 틀에서 접근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인권법이 정치적인 것이고 미국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면 북으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그런 것을 적대정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따라서 북측의 입장에서 추가적 상황악화 조치로 느낄텐데 한국 정부는 그것은 인류보편적인 가치라고 말한다면...

▶ 한국측의 중재노력을 북측도 알고 있으며 평가하리라고 주장한 이수혁 수석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북한인권법은 본래 북한자유법안에서 출발했다. 그 안에 보면 굉장히 더 강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서 이렇게 많이 완화된 수준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노력들도 북한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인권문제를 가지고 미국 행정부나 의회가 한 것들을 돌이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 전에 우리들의 인권과 지금 북한의 인권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조치들은 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만 그러지 말라고,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 언급하는 것과 인권법을 만든 것은 다르지 않는가. 미국이 과거에 한국인권법을 만들었나?

■ 그것은 규모와 수준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많이 기다려왔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 이라크 등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정치적으로 체제 내지는 정권을 부인하는 것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우려를 갖는 것이다.

■ 그래도 하여튼 미국이 지금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담결과 낙관해도 좋다"

□ 공식적인 미국의 입장을 보라고 늘 말씀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자꾸 나오면, 물론 미국 정부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 모든 것은 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 미국의 합리성과 이성을 믿는 편인가? 이라크 전쟁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보편적이다. 모든 것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풀리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실례들이 있다.

■ 예를 들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비이성적인 행위라든지 비합리적으로 미국이 갈 것이다라는 우려는 6자회담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미국도 6자회담의 틀 안에 있는 것이다. 6자회담 안에서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 북측의 입장에서는 쉽게 말해서 6자회담도 '양동작전'의 하나로 비쳐질 수도 있고 꼭 6자회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그렇게 쉽게 보는 경향들이 있는데 적어도 중국의 역할과 러시아의 역할을 미국이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를 6자회담에 부른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이 같은 목적을 갖고 회의를 하는 것이 처음이다.

어느 일방이 이제는 깬다고 해서 쉽게 깰 수가 없다. 이게 사실은 엉성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조밀하게 잘 짜여진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일방의 역할만으로써 이 회담이 좌지우지되기는 굉장히 어렵다.

□ 아마 6자회담 이전이었겠지만 한국에 통고되지 않은 미국의 대북 전쟁 시나리오도 있었지 않나?

■ 그때는 6자회담의 틀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 지금은 다르다고 보나?

■ 지금은 그렇게 할 가능성이 없다.

□ 만약에 그런 가능성이 감지된다면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뜻인가?

■ 가상적인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우리보다도 다른 나라들이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가 굉장히 여러 가지 합리적이고 신중한 행보들을 요구할 것이고, 또 거꾸로 중국과 러시아가 합리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회담을 이끌고 가려 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견제를 할 것이다. 서로 견제하고 균형있게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 최종적인 목표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볼 수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의 가장 관건이 미국의 대북 핵선제공격 방침이라든지, 또는 비핵화가 되더라도 미국의 핵능력은 언제든지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 미국과 북한 간만 합의를 한다면 그런 것이 가능하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라는 또 한국이라는 존재도 있으니까 미국이 일방주의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자꾸 이라크의 경우를 이야기하는데 이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합의하지 않았나. 우리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말이 너무 평범한, 진부한 용어가 돼서 그 의미를 중하게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평화라는 말, 대화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이기 때문에.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 당시까지 미국이 '올 옵션(모든 수단)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고 할 때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하겠다고 정상 간에 합의를 한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한미간에 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협의를 한 것이다. 미국이 북핵문제는 이라크 문제와는 달리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조치들은 현 단계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약을 한 것이다.

그런 공약을 한 미국이 어느날 갑자기 회담이 안 된다고 선제공격을 한다면 다른 회담 참여국들의 입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북한은 미국하고 붙어있는 지역도 아니고 이라크 같이 석유 생산국도 아니다. 또 이라크 같이 중동에 독립돼 있는 지역이 아니고 바로 중국과 러시아하고 붙어 있다. 여긴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그만큼 또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반경이 제약돼 있는 부분이 있다.

"실패할 경우 대비안 있다"

□ 북중관계가 예전의 혈맹관계를 회복해 신밀월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식자층에서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조건에서 중국 자본들이 남한에 앞서 북한에 들어가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할 정도라고 한다.

■ 사변가들, 머리로써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온갖 생각들을 많이 해서 너무 많은 팩트(사실)들을 어떤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제기하곤 한다. 그런 것들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이 나쁘다고 볼 것도 아닌 것이고, 영향력이 강화되면 그만큼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영향력이 별로 없어 북한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중국이 더 영향력을 키워서 북한이 말을 듣게 하면 좋다는 의미 아니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 너무 많은 요소들을 음모설로부터 시작해서 영향력이 얼마냐를 수량화하려고 하고 하면 복잡해진다. 그래서 당위론적으로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그 과정에 중국과 한국이 중재역할을 해야된다는 것도 포함되는가?

■ 뭐 꼭 중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5개국이 모두 다 북한을 설득하고 보장해줄 것은 보장해주고 핵을 폐기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줘서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하자고 하면 그 방향으로 추진을 해야 한다.

요즘에 여러 이야기들을 듣는다. 'continuous plan도 만들어야 한다',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대비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자가 사슴을 잡기 위해서 전력질주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자가 사슴을 잡기 위해서 전력질주하고 있는데 '저 사슴을 못 잡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뛰어가면서 생각할 틈이 없다. 우리가 지금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런 정신으로 매진해야 된다고 본다. 적어도 우리 정부는 그렇게 매진하고 있다.

□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보나?

■ 중국 정부도 그 정도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4차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서 굉장히 애쓰고 있다. 최근에 중국 닝쿠푸이(寧賦魁) 북핵대사가 방한했다가 다시 미국에 가고 그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6자회담을 한 번 열면 중국이 지불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 인원이 대규모로 예산도 꽤 들어갈 것이다. 6자회담을 그저 간단하게 6개국이 한번 모여 보는, 쉽게 모여보는 회담이라고 보면 안 된다.

□ 큰 기조는 맞겠지만 그 안에서 약간 미묘한 기류변화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북한측을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서 5개국이 압력을 한꺼번에 가할 때도 있을 것이고, 중국측이 북한측의 입장을 충분히 듣는 쪽이니까 중국이 북측 입장을 거들 때도 있는 것 아닌가?

■ 그러니까 우리가 각국이 4차회담을 조속히 열기 위해서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임하자는 이야기다. 6자회담을 다시 재개하기 위해 무슨 방법들이 있겠느냐, 무슨 형태로 했으면 좋겠느냐, 무엇을 해야되느냐...

"실무그룹회의는 조금 부담스러울 것"

□ 그 일환으로 실무그룹회의도 있는데 비공식회의나 전문가회의를 제안해서 놀랐다.

■ 모이는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이지만 명칭을 어떻게 붙이느냐 하는 것이다. 실무그룹회의를 한다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실무그룹은 지난번 3차회담* 때 임무를 부여했다. (*3차회담 의장성명에서 실무회의는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들로서 범위와 기간, 검증, 상응조치를 정의하며 적절한 대로 제4차 회담에 건의'하기로 명시돼 있다 - 편집자 주)

그것을 협의해야 된다고 한다면 어느 나라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그런 거라면 나갈 분위기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지금은 모이는 것이 중요하고 자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빨리 유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는 다소 성과주의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 자꾸 만나는 것이 좋다. 횟수가 빈번해져야 한다. 인간관계도 자꾸 만나야 이해가 높아지고 사이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이수혁 수석대표는 네티즌에게 6자회담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 6자회담 수석대표라는 중임을 맡아 노고가 많다.

■ 그래도 6자회담에 대해서 돼도 좋고 안 돼도 좋고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없다. 다행히 6자회담에 대해서는 굉장히 국민들이 진지하고 진보냐 보수냐, 386이냐 보수냐 관계없이 다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 젊고 개혁적인 인터넷 독자들에게 6자회담과 외교정책에 대해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 6자회담이 6개국이 단순히 만나서 합의 못해도 좋고 그냥 한번 만나보자는 회담이 아니고 북한의 핵무기 계획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모인 회담이다. 또 북한 스스로도 핵무기 계획은 폐기를 하겠다는 전제하에 이 회담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낙관을 해도 좋다.

이것은 또 당위론이다. 개인적인 소신이나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좋고, 좀더 보면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더 크게 보면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좋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는 사실은 주변의 어느 나라도 동의할 수 없다. 묵인하거나 양해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이 점을 북한도 이해하기 때문에 6자회담에 나오게 됐고, 지금도 북한은 6자회담을 존중하는 입장을 계속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네티즌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보면 좋겠다. 북핵문제 해결을 당위적이라 했는데 우리 민족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도 당위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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