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가 "한국군 단독 전력시 보름여만에 수도권은 붕괴된다"는 박 진(朴 振) 한나라당 의원의 전날 주장과 관련한 여야의 '불꽃 공방'으로 이틀째 국감을 시작하지도 못한채 정회에 들어가는 소동을 겪었다.
파행의 발단은 안영근(安泳根) 열린우리당 의원이 포문을 열면서부터.
안 의원은 유재건(柳在乾) 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자 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 "박 의원이 터무니 없는 것을 상정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국민 안보불안을 가중한 것이며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갖가지를 꿰맞춘 것"이라며 "중요 국가기밀을 누설한 의원과 국감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박 의원 제척을 요구했다.
이에 황진하(黃震夏) 한나라당 의원은 "박 의원 자료는 국방연구원 자료를 인용한 것이지 국방부에서 우리에게 말한 기밀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박 의원을 옹호했다.
그러나 김성곤(金星坤)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 의원이 배포한 자료는 평문이 아니라 국방연구원의 2급기밀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라며 "국가기밀을 가지고 안이하게 신문에 이름내고 명성내기 위해 국가안위를 팔아먹기 위해 언론플레이 하는 것은 문제"라고 몰아쳤다.
전날 북한 장사정포에 대해 박 의원과 정반대의 논리를 폈던 임종인(林鍾仁) 열린우리당 의원은 "박 의원은 어제 자료만 돌리고 관련 질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박 의원에 대한 경고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권경석(權炅錫) 한나라당 의원은 "비문이든 뭐든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며 "안보라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며, 의정활동 위축방지를 위해 완벽한 안보라는 순수한 발언 취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성태(趙成台) 열린우리당 의원은 "안보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보도는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뒤늦게 국감장에 도착한 박 의원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얼마든지 논의될 수 있으며, 내가 발표한 자료는 우리군의 무기나 성능, 작전배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안보에 영향이 있는 연구결과에 대해 국방부가 어떤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내 자료의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는 "공개됐을 경우 안보불안이 생긴다는 생각은 접어라. 안보불안은 정부의 안보불감증 때문에 생기며,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국방위의 의무"라며 "발표 하루 전에 국방부 연락관에게 연락해 문제가 있으면 말해달라는 절차까지 밟았다"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논쟁이 계속되자 유 위원장은 박 의원의 자료공개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전문위원에게 검토케 하는 동안 예정돼 있던 국방부 기밀보고를 들으러 자리를 옮기자고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전문위원에게 이 같은 일을 맡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유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양측 중재에 나서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