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노래극단 희망새 예술단장)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시고는 했다.
"조선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우리 이모와 삼촌들은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하시고는 했다.
"우리나라는 그 냄배(냄비)정신 때문에 안돼."

누구나 어려서부터 한두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이 말은 비단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모와 삼촌만이 입에 담았던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던 때만 해도 아직 어렸던 탓에 '냄배정신'이 뭔지 알 수 없었고, 하는 일이 다 그렇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지 않은 기질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어린 시절이란 말인가!
반만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하나의 핏줄을 이어오며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꽃피워온 우리 민족인데, 그 자랑스러움으로 가슴뿌듯해 하고 행복해 하기에도 모자랄 그 어린 시절에 우리는 스스로를 비하하고 왜곡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동조해야함을 강요당했는지도 모른다.


리광선의 작사와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작곡가 황진영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 '우리민족 제일일세'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노래는 보통의 이북가요들이 그렇듯이 어렵지 않은 단어들을 시적 운율에 실어 간결하고 깔끔한 형태의 가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 물론 듣는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 이렇게 간결하면서 시적 운율이 살아있다는 것은 매우 감동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이 노래의 더한 감동은 그 간결함 속에 살아있는 내용이다. 우리 민족이 무엇이 제일인지, 우리 민족이 어떻게 제일인지가 매우 깔끔하면서도 강렬하게 살아있다.

게다가 공훈배우 조금화가 중후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자랑하자 우리 민족 사랑하자 우리의 땅"이라고 부르는 절정부분은 그 누구라도 가슴 설레어하며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민족을 자랑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후대에 자라날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조선사람들이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빛을 낼 수 있단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세계에서 으뜸으로 정의롭고 용감하며 슬기로운 민족이란다."

우리민족 제일일세


방창 : 조금화
연주 : 보천보전자악단
작사 : 리광선
작곡 : 황진영
MP3 : 02'34" / 2,422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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