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이후 현대의 대북사업과 남북경협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북측의 최대 경협 파트너인 현대그룹 정 명예회장의 타계에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이는 북측의 애도 표시 방법이나 조문 내용에 따라 향후 현대의 대북사업 변화 여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타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북사업 구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정부와 재계에서는 판단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주된 관측이다. 현대는 그 동안 자금난과 계열사 분리로 어려움을 겪어 오면서도 정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던 대북사업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로서는 대북사업의 마지막 보루이자 정신적 버팀목 노릇을 하던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장신화의 주역이던 정 명예회장은 말년에 통일소 500마리를 몰고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넘어 북녘땅에 발을 내딛는 등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고 금강산 관광의 길을 열었다. 통일부는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그 동안 정 명예회장을 대신 해 대북 사업을 전담해 왔기 때문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의 별세는 우선 현대 내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북측으로서도 현대의 대북사업을 이른바 정 명예회장의 `고향사업` 즉 고향 투자사업으로 간주하고 있어 재점검할 가능성도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의 누적적자와 이로 인해 관광대가를 약정대로 지불하지 못해 중단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고 개성공단 사업은 현대와 북한이 합의한지 6개월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한 상황이어서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현대는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그 동안 엄청난 비용이 투자된  대북사업을 중단하느냐, 그대로 진행시킬 것이냐 아니면 어떤 변화를 모색해야 하느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정부도 정 명예회장의 별세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다고 해서 대북사업을 중단하거나 차질을 빚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경협사업은 변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북한은 대북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정 명예회장에 대한 애도 차원에서 조의문이나 조문사절단을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대의 대북사업을 적극 협력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북측은 당장에 자금난과 관광대가 지불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에 관광사업 대가를 삭감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재 남북 장관급회담이 정체 돼 있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의 원조격인 정 명예회장의 별세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대의 대북사업과 남북관계에 새로운 활로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연합뉴스 200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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