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대단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4년 전의 미세한 핵물질 실험 미신고를 빌미로 20년 전의 일까지 까발리며 IAEA 추가사찰단이 들이닥치고 있다.

혈맹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공세에 정부는 ‘핵의 평화적 이용 4원칙’까지 발표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북한 량강도 김형직군에서 ‘버섯구름’이 관측되었고 ‘폭발징후’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슬며시 ‘없었던 일’로 후퇴하고 말았다.

정부는 한미간 정보공유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뭔가에 홀렸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이 말짱한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 두 사건을 연이어 겪으며 정부 당국자들도 혼란스러움과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는 또다시 언제 이와 유사한 문제로 다시 휘둘리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휘둘리고 북한에 외면당해

대체로 두 사건에 대한 정보유출의 시발은 미국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힘의 불균형에 기초한 한미동맹 속에서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휘두르는 정보태풍에 한국 정부가 휘청거리고 한반도가 요동치는 꼴이다.

미국의 속셈이 한국 길들이기든 북핵문제에 대한 압박이든 우리 정부로서는 알지도 못한 채 수세에 처하고 미국의 힘을 절감해야 하는 사안들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6.15 공동선언이후 남북관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자랑하던 정부가 정작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북한 량강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북측에는 한 마디 묻지도 못하고 미국측이 제공한 위성사진을 들여다보면서 헛다리만 짚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혈맹관계를 자랑하는 미국에게는 연신 휘둘리며 얻어맞고 같은 민족이자 6.15 이후 새로운 파트너라고 믿고 있는 북측에게는 말도 못 건네 본 셈이다.

문제의 본질은 한미동맹과 민족공조 둘 다가 제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에 휘둘리고 북한에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미국에 당하지만 않고 주권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한미관계를 재정립하고 북한과도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해법 필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북한은 우리의 핵실험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과 IAEA의 ‘이중잣대’를 비난하고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유독 자기네 핵문제만 ‘걸고드는’ 미국과 IAEA에 대해 잔뜩이나 할 말이 많았는데 한국의 핵실험 문제가 터져 나왔으니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우리의 핵실험과 북핵문제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물론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우선 발등의 불을 꺼야 되기도 하고 실제로 북핵문제와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이같은 해법으로는 ‘미국에 휘둘리고 북한에 외면당하는’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우리의 핵실험 문제가 경미함을 입증받는다고 면죄부를 부여받을 수도 없을 뿐더러 남북을 싸잡아 ‘한반도 핵문제’의 심각성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더구나 북으로부터는 같은 약소민족으로서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당하는 아픔에 대한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지는 못할지언정 입증되지도 않은 동족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자신의 어려움에서 빠져나가려는 ‘못 믿을 사람들’이 되고 말 것이다.

한국정부는 ‘핵의 평화적 이용 4원칙’을 발표했다. 이 정신에 따르면 한국은 물론 주권국가인 북한 역시 핵의 평화적 이용에는 아무런 제재를 받아서는 안 된다.

남과 북은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면서 핵의 평화적 이용을 공동으로 모색해 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과 민족공조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새로운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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