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는 2일 북한으로 가게될 비전향장기수 가운데 상당수는 주민 등록도 돼 있지 않고 따라서 주민등록증도 없다. 법적으로는 즉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따르면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주민등록증 없는 한국민`으로 살아 온 특이한 사례인 셈이다.
18년간 복역한 비전향장기수 출신인 권낙기(54)씨가 22일 개인적으로 파악한 데 따르면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비전향장기수 가운데 11명이 주민등록증이 없는 상태이며 지방 거주자까지 포함할 경우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등록이 강제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일부 비전향장기수의 `무주민증 상태`는 법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주민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 번호를 부여받을 수 없고 당연히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주민등록증 없이 생활해도 불편을 겪기는 하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재야 통일운동가 강희남(80) 목사도 지난 62년 `독재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창피하다`면서 주민등록증을 찢어버렸다가 지난 98년 4월 35년만에 재발급 받은 적이 있다. 강 목사의 경우는 주민등록은 했다는 점에서 아예 등록조차 하지 않은 비전향장기수와 차이가 나지만 주민등록증 없이도 `별 문제 없이` 생활해 간 사례이다.
주민 등록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비전향장기수들은 별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남한 주민 아닌 `공화국 북반부 주민`이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 있는 탓에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에서 주민등록을 한다는 것 자체를 번거롭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전향장기수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있고 의료보험증을 발급받아 가지고 있으며 경로우대증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보험증과 경로우대증이 이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게 여겨진다는 지적이다. (연합2000/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