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로 사실상 `통일부총리'의 역할을 하게된 만큼 NSC 상임위와 NSC 사무처의 성격과 역할, 기능 등에 있어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특히 참여정부 국정 2기 들어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힘이 쏠리게 된 정 통일장관과 현 정부 외교.안보 분야 `실세'로 꼽히는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과의 관계설정도 주목된다.
참여정부 출범후 외교.안보 정책이 NSC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로 인해 이종석 차장 중심의 NSC 사무처에 시선이 집중돼 왔으나, 앞으로는 무게중심과 책임이 각 부처로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와 관측도 나온다.
◇NSC 운영 =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NSC 사무처장으로서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해 왔으나 통일장관으로 옮겨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현행 법규정에 따르면 NSC 상임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돼있어 언제든 상임위원장을 교체될 수 있으며,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도 통일장관이 NSC 상임위원장을 맡았었다.
그동안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상임위원장을 맡아오면서 NSC 상임위는 대통령이 참석하지는 않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관장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온게 사실이다.
하지만 통일장관으로 하여금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 중심에서 부처 중심의 회의체로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측은 `분권형 국정운영'의 하나로 이를 설명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라크 추가파병, 고구려사 왜곡 문제 등과 관련한 비난여론에 대통령이 직접 노출돼 온 만큼, 이같은 화살을 피해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맡아오던 위원장직을 통일장관에게 넘긴데 대해 `정동영' 개인에게 힘을 실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부처중심의 NSC 운영을 의도한 것인지 주목된다.
청와대측은 "통일장관을 중심으로 외교.안보 부처의 유기적 협력과 조율을 강화하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동영이라는 인물을 보고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시각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차기대권의 유리한 고지를 가장 먼저 점한게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도 나온다.
◇NSC 사무처 변화 = 노 대통령은 정 장관에게 외교.안보 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는 지시와 함께 NSC 사무처에 "정 장관이 위임받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NSC 사무처가 보좌할 대상은 대통령 뿐아니라, NSC 상임위원장을 맡는 정 장관으로 확대되게 됐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까지 NSC 사무처의 변화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으나,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할 통일장관에 대한 보좌기능을 덧붙이게 됨에 따라 실무차원의 기능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통일부와 업무협조 문제를 논의한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정책조정, 전략기획, 정보관리 등의 기본틀에 있어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국가안전보장회의법 개정으로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사무처장으로 승진 기용키로 한 당초 방침과 관련, 김 대변인은 "추진 방향에서 크게 변화된다는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정동영-이종석 관계 =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 장관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사무차장과의 관계설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의 역할 강화로 이 사무차장이 예전처럼 전면에 부각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무차장은 소위 `청와대 참모진'으로 분류돼 대통령에 대한 보좌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대통령과의 `교감'이 정 장관 보다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정 장관의 경우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 차장은 북한 전문가인 데다 지난 1년 반동안 참여정부 외교.안보의 최일선에 있었던 만큼, 정 장관도 이 사무차장의 조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이같은 점에서 정 장관은 전반적 업무 관장, 대국회 관계 등 큰 틀에서 외교.안보업무를 챙기고, 각종 실무는 여전히 이 사무차장이 큰 역할을 함으로써 `보완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사무차장과 호흡을 맞춰온 이봉조(李鳳朝) 전 NSC 정조실장이 현재 통일부 차관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번 외교안보시스템의 변화로 그동안 NSC 사무처장직과 NSC 상임위원장직을 내놓은 권진호(權鎭鎬)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명무실해 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종민 대변인은 이와 관련, "권 보좌관은 대통령에 대한 안보분야 참모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