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 우리 정부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 그동안 비교적 신중한 자세에서 벗어나 정면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5일 오후 박준우(朴晙雨)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베이징으로 파견한 것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핵 문제도 있고, 탈북자 문제도 있어 그동안 대중 외교에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해왔으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이미 `금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국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떠나 7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들과 만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관해 재차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박 국장은 방중 기간에 중국 정부를 상대로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이날 전했다.

고구려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박 국장도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 "이제 뭔가 타결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방중을 앞두고 최근 중국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다소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된다.

박 국장은 "중국 외교부도 한국 내의 분노가 이 정도인 줄 몰라 당혹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에 앞서 박 국장은 지난 3일 한중 기자교류차 방한한 중국 언론인 7명을 초청한 자리에서도 중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고구려사는 한민족의 뿌리일 뿐 아니라 정체성의 근원"이라고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동명성왕을 우리 민족의 시조 중 한 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그리고 을지문덕.연개소문.양만춘 장군 등을 영웅으로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중국 언론의 공정하고, 책임있는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는 2차례에 걸쳐 중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를 했다.

지난 달 13일에는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가 중국 외교부를 찾아간 데 이어, 14일에는 최영진 외교부 차관이 리 빈(李濱) 주한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부르는 형식으로 중국 정부에 엄중하게 항의했으며, 그 후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린 고구려사 왜곡 부분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6일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제2차 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를 열어 정부 대응책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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