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파병반대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에게 올바른 과거청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객원기자]
한나라당이 최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개정과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며 '국가정체성'까지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KAL858기 가족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뜻을 같이 한 308개 단체들을 대표하여 기자회견을 갖고 올바른 과거청산과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29일 오전 11시 파병반대 단식농성이 진행중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 모인 30여명은 "과거청산을 야당 죽이기라고 호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과연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 규탄하며 정부와 집권여당은 즉각 정치적 타협을 중단하고 과거청산 의지를 확고히 세우라고 요구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연대 남상헌 위원장은 "우린 보복 수단으로서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과거청산으로 오늘을 바르게 세우자는 의미에서 요구하는 것"이라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세가 정당의 자세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언론계가 대오각성하고 역사적 일에 함께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들은 민간인학살자 전국유가족회 채의진 상임대표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은 과거청산을 중단해야 할 때가 아니라 보다 철저한 과거청산을 실현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모든 힘과 의지를 모아 단호히 맞설 것을 결의했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민간인학살자 전국유가족회 채의진 상임대표,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
[사진 - 통일뉴스 정명진 객원기자]
한편, 무기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진상규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회장은 의문사위 국회이관 문제에 대해 "KAL858기 사건을 왜곡 조작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아직 기세등등하게 한나라당에 남아있는데 KAL858기 진상규명이 국회 아래서 가능하겠는가"라고 개탄하고 정치적 부담을 얘기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저희 가족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할 뿐"이라며 의문사 진상규명, 친일파진상규명, 각종 과거사 진상규명에 당당하게 임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도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보상법을 개정하고 민주화운동유공자를 국가 유공자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화운동을 짓밟은 가해자와 그 동조자들이 역사의 평가를 뒤틀고 있기 때문에 억울한 영혼들이 구천에서 떠돌고 있다"고 개탄했다.

파병철회를 위해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전쟁에 대한 평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결과 청산이 있었으면 파병논란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 개탄하고 "과거청산은 함께 잘사는 미래, 민족이 하나되는 통일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며 "정부가 과거청산을 반대한다면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 강력히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항의서한을 접수시켰으며, 특히 매주 목요일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한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대책위)는 29일부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매주 같은 시간대에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과거청산에 동의한 응답자가 61.4%에 이르는 등 과거청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는 가운데 수년을 눈물 속에 살아온 유가족들의 요구가 '국가정체성'을 거론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AL858사건 파헤쳐야만 현재가 자유롭다"
<미니인터뷰>청와대앞 1인시위 - 박창일 신부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창일 신부.[사진 - 통일뉴스 김규종기자]
지난 6월 10일부터 7차례에 걸쳐 국회 앞 1인 시위를 매주 진행해온 KAL858기 가족회와 대책위가 29일부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1인 시위를 벌인다.

청와대 앞 1인 시위 첫 주자를 맡은 박창일 신부는 33℃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진상규명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에 온 몸으로 항의하고 있었다. 다음은 박창일 신부와의 미니인터뷰.

- 문 : 1인 시위 장소를 국회에서 청와대로 옮긴 이유는?
= 답 : 지금까지는 의문사위가 대통령 직속이었으나 이제 국회로 옮겨진다고 한다. 어제 우리당을 방문해 국회로 이전하면 진상규명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우리의 뜻을 밝혔다. 의문사위가 국회로 들어가면 독립적인 조사를 펼치지 못한다. 그래서 항의의 뜻으로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

청와대에서조차 과거청산을 어정쩡하게 하면 어쩌겠는가. 노 정권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과거사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노 정권마저 얼버무리면 이승만 정권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 과거사 청산의 의미를 어디에 두는가?
= 과거를 들먹여 거기에 매몰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오도하고 있으니 과거를 정리하자는 것이다. K858기 사건 만 하더라도 115명이 유품 없이 실종됐다. 이걸 파헤쳐야만 현재가 자유롭다. 과거가 현재를 옭아매기 때문에 현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과거청산은 후대를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다.

- 최근 과거청산 논란에 대해 '국가정체성'을 거론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 무엇이 옳은 길인가, 무엇이 가야할 길인가를 잘 생각하길 바란다. 당리당략에 빠지면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을 외면한다. 당은 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   

- 향후 KAL858기 가족회와 대책위의 투쟁방향은?
= 대국민흥보에 중점을 두어 매주 목요일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의문사위 3기를 출범시키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계속해나가겠다. 또한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끊임없이 제기하겠다. 종이신문은 우리의 요구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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