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21이 엮고 도서출판 선인이 펴낸 『북녘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의 표지 (표지사진 제공 - 선인)
『사람이 살고 있었네』. 
1993년 소설가 황석영씨가 북을 다녀와서 쓴 이른바 방북기로 당시의 '이북 바로알기'하면 바로 떠오르는 책이다.

가깝지만 너무나 멀었던 북에도 우리와 똑같은 한 핏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지금 와서 보면 조금은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그 이후 시간이 흘러 2000년 남북 정상간의 역사적 상봉도 이뤄졌고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돼 남북간의 교류와 왕래가 예전에 비할 바 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젠 맘만 먹으면 누구나 금강산을 오갈 수 있고, 각계 대표급 인사치고 평양에 다녀오지 않은 인사가 없을 정도이다.

3차례 평양을 다녀온 필자도 주변에서 가끔 이런 질문은 받곤 한다. "가보니 어떻든?", "실제로 생활하는 모습은 좀 어때?" 그러나 역시 대답은 '사람이 살고 있었네'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민족21이 엮고 도서출판 선인이 펴낸 이 책은 21세기, 6.15시대에 걸맞는 '북한 바로알기' 길라잡이라 할 수 있다.

북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쉽게 풀어쓴 이 책은 그간 북녘 사회와 동포들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월간『민족21』에서 내용을 엮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간다.

사실 그간 북에 대한 이러저러한 정보나 기사들이 대체로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거나 떠도는 풍문에 근거한 것들이 많았지만 직접 북에 가서 취재하고, 북의 기자들이 취재해서 보내온 기사다운 기사들로 채워진 거의 유일한 사례가 월간『민족21』이다.

따라서 편견없이 북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손에 잡힐 듯이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통일교육 자료들보다 진일보한 책임에 틀림없다.

책은 출생부터 장례까지 북녘 사람들의 생애를 이야기식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연애풍속, 휴가문화 등 다양한 실생활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술먹고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온 '세대주'(남편)가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에 속상한 '안해'(부인)의 모습이나 초상이 나면 '인민반원'들이나 직장동료들이 초상집을 찾아가 함께 장례를 치러주는 모습은 우리네 일상풍경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사망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북을 방문한 재미동포를 만나러 '금요노동'을 하다가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난 모습이라든지 명절에 김일성 주석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등을 찾는 모습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북에서는 이미 일상이 된 모습이다.

이른바 '6.15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적이 아니라 평화적 공존의 대상으로서 북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안내하는 책이 바로 『북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이다.

물론 작은 한 권의 책에 북녘 사람들의 일상을 모두 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그나마 실생활을 최대한 재구성했다 하더라도 역시 세세한 깊이까지를 담는데는 정보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드문드문 내용의 중복성이 보이는 것도 아마 이런 한계의 반영일 터이다.

또한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북한사회의 이해에 목말라 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느슨하고 개략적인 '북녘 소개'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부담감없이 북녘의 실생활을 손에 잡힐 듯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 미덕이 있으며, 북을 전혀 모르는 사람부터 북한 전문가까지 한번쯤 편하게 읽어볼 가치가 있다. 그만큼 이 책은 쉬우면서도 북에 대한 최선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구하기 쉽지 않은 북녘 사람들의 실생활이 담겨있는 사진까지 풍부하게 곁들인 이 책은 6.15시대 북한바로알기의 기본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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