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8.10 월 17:53
홈 > 통일문화 > 문화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석달마을 학살 생존자 채의진 서각전 개막
이현정 기자  |  hj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04.07.22  22:07:00
페이스북 트위터
▶22일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언회 기금마련을 위한 채의진 서각전이 개막됐다.
채의진 선생등 참가자들이 서각전 관람에 앞서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안국동에 위치한 운현궁 양관에서 22일∼24일까지 한국전쟁 당시 '석달마을 양민집단대학살'로 일가족 9명을 모두 잃은 채의진 서각가의 한이 담긴, 주옥같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채의진 선생은 국군에 의해 저질러진 집단 학살로 어머니, 형님을 비롯한 일가족 9명을 모두 잃었으며 이후 21년 넘게 봉직해온 교직을 버리고 슬픔과 분노에 피눈물을 쏟으며 미친 듯이 조각한 작품들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원회)' 활동기금 마련을 위해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된 70여 점의 작품들은 채의진 선생의 '분신'같은 작품들이며, 판매기금 전액은 범국민위원회 활동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채 선생은 기증된 작품들에 대해 "그 하나 하나가 슬픔과 분노와 고독과 저주로 얼룩진 내 삶의 통한의 몸부림의 흔적"이라고 작가의 변을 통해 표현했다.

▶채의진 선생의 작품을 관람하는 참가자.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전시회 첫날인 22일 오후 7시 전시장 앞에서 열린 개막행사에서 채 선생은 "훌륭한 장소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하고 "작품을 평하기 전에 범국민위원회의 어려운 재정사정에 보탬이 되겠다는 심정으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송유진씨의 '입춤'[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이어 학살현장 속에서 형님과 사촌동생의 시신에 깔려 기적적으로 생존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통합특별법이 제정되어 이 한이 풀릴 때까지 15년 간 기른 머리를 깍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행사에 참석한 범국민위원회 이해동, 이이화, 김영훈 상임공동대표와 강화유족회, 고양금정굴유족회를 비롯한 유가족, 성공회대 김성수 총장 등 학계관련인사 30여명은 채의진 선생의 한맺힌 과거를 들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전시회 장소를 제공한 범국민위원회 이해동 상임공동대표는 광복 60주년,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이 되는 내년까지 꼭 통합특별법이 통과되어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주길 기대한다며 이번 전시회로 진상규명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종자돈이 마련되어 좀 더 힘 받는 일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유족과 참가자들은 한을 풀기 위한 '살풀이'가 아닌, 새 시작을 위한 무용 '입춤'을 관람하며 올해 안에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개막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전시된 작품들을 관람하며 긴 세월 동안 오로지 서각에만 몰두한 작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미니인터뷰> 서각가 문제 채의진

▶서각가 채의진.
[사진 - 통일뉴스 이현정기자]
교직을 버리고 서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무엇에든 집착하지 않으면 분노와 슬픔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라고 답한 채의진 선생은 현재 짬만 나면 학살이 일어났던 고향 문경 석달마을로 달려가 55년 전 그 날의 참상과 악몽을 잊기 노력하고 있다.

현재 범국민위원회 고문과 민간인학살자 전국유가족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채의진 선생을 만나 작품과 이후 활동계획에 대해 물었다.

-문 : 작품들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는가.
=답 : 이 작업이 없었으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작업을 하는 동안은 모든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얼마나 몰두했으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분이 작품 문의를 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조금 있더니 시비를 걸었다. 사람 괄시한다고... 알고 보니 5분이 지나도 내가 작업에만 열중해 있으니 그랬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온 지도 몰랐다. 다시 이 작품을 몇 시간 후까지 완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작업을 진행했다. 결국 나중엔 이분과 싸워 파출소까지 간 에피소드가 있다. 일할 때만은 이렇게 몰두해왔다.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기증했는가.   
=범국민위원회에 자금이 부족하여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렵게 됐다. 그래서 조건 없이 기증했다.

-현재도 서각에 미쳐있는가
=지금은 진상규명 활동에 미쳐있다. 예전에는 문경 석달마을 집단학살 사건 해결에만 몰두했었는데 범국민위원회로부터 제안을 받은 뒤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 상관없는 교수,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데 외면할 수가 없었다.

-오늘 전시회 첫 문을 열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 이런 자리가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늘 국회의원 10여명이 온다고 약속했는데 1명도 안 왔다. 이들이 17대 국회에서 제 1호로 통합특별법을 통과시킨다고 했는데 나는 이를 믿지 않는다. 나는 내년까지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이현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