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11일 `한국의 햇볕`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그 상징적, 전략적 중요성은 결코 과대평가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더 타임스는 남북한간의 화해가 예상치 못하게 극적으로 이뤄졌다며 그 상징적, 전략적 중요성은 결코 과대평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양측의 동시발표를 가능케한 외교적 노력의 성과를 볼 때 북한이 외교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또 북한은 이번 회담을 `역사적`이라고 표현했으며 한국은 전제조건이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북한이 늘 되풀이 해온 대화의 전제조건인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철회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김대통령에게는 북한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추진한 햇볕정책의 성과를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타이밍에 거둘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김 대통령의 개인적인 업적이라고 찬양하고 특히 지난달 김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경제협력, 사회간접자본 및 농업부문 투자, 통신 및 여행 개방 등을 제의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욱 이번 합의를 촉진한 배경은 북한이 최근 수개월간 전례 없는 외교공세를 펴왔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수교한데 이어 호주와 필리핀과 수교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측 군사전문가들과 조우를 의미하는 아시아지역포럼(ARF)에 가입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또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재개했으며 외상이 베트남과 러시아, 독일을 차례로 방문했고 외국인을 접견하지 않기로 유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북한의 의도는 한국도 전혀 모르고 있는 내부 권력구조 때문에 읽어내기가 어렵지만 경제적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고 더 타임스는 말했다.

북한 경제는 지난 10년간 붕괴와 몇 차례의 기근 등을 거치고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용주의 노선이 외국원조와 결합되면서 제조업의 점진적 성장과 농업생산의 급격한 증가가 이뤄졌으며 120만 병력을 거느린 군의 방위비가 동결되고 에너지분야에 대한 지출이 증가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군부를 다독거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확고한 권력기반을 구축했다는 신호이며 남북대화에 좋은 분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는 이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개최발표를 외신면 주요기사로 다루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인물소개기사를 곁들였다. 이 신문은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위원장이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에게서 권력을 물려받았을 때는 약해 보였지만 이후 정부와 군부를 장악, 이제는 한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나 평화회담을 할 정도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북한 관영매체들이 올해 59세인 김정일 위원장을 건물을 설계하고 오페라를 작곡하며 비행기를 날리고 왜 자연에는 검은색 꽃이 없는 지를 설명할 수 있는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묘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테러를 배후조종하고 핵무기를 생산하며 기아를 초래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83년 중국을 공식 방문한 이후 해외 나들이를 한 적이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주최한 연회에 참석했던 일본인 고위관리는 그가 행사시간 내내 단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200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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