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관현.조계창.함보현 기자 =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북한 전문가들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2년 동안 변화하는 북한 경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유제 개혁과 국제관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러한 개혁 노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근 전문가들이 북한 현장에서 체험한 변화 모습이다.

▲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무엇보다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소매 유통이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포장마차에 해당하는 이동매대가 2002년 9월 16개로 시작했으나 현재 평양시내만 100개가 넘는다. 복권판매소와 비슷한 형태의 목재 초소에서는 체육복권까지 판매해 경제조치가 가져온 변화의 폭과 깊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장마당(농민시장)을 양성화해 지붕을 설치해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종합시장이 39개나설치됐다고 들었다.

기업내부적으로 성과급 제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는데 남포경공업공장의 경우 동일 직종의 근로자임에도 최저 3천 원에서 최고 5천 원까지 다양했다. 가격자율화이후 곳곳에서 인플레가 진행되고 있다. 쌀 가격이 2년 전 44원(kg당)이었는데 200원으로 폭등했다. 요즘이 쌀이 가장 귀한 시기로 북한에서는 '감자 고개'라고 하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본다.

2002년 7월 이후 북한 방문 때마다 변화를 실감하고 있으나 속도는 여전히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엔 미흡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통 개혁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기 위해서 종자돈에 해당하는 자본이 필요하나 외자유치가 안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성과는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북한이 기피하는 소유제 개혁과 국제관계 개선이 필요한 역설적인 이유다. 북측도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경제 개혁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선 가속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 = 평양 시민들이 남측 사람들과 접촉하는 태도가 상당히자연스럽고 개방적이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적극적인 호객 행위를 하는 모습이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식당의 경우 예전에는 음식을 차려만 줬는데 자기네 메뉴를 홍보하고 자랑하는 등 다른 업소와 경쟁하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 서비스도 상당히 친절해서 서비스 업종의 경우 오히려 남한보다 낫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였다.

평양 외곽지대에 소비품 시장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초기에는 농산물 위주의 시장이었지만 요즘은 생활과 관련된 물품 대부분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유원지를 중심으로 소규모 이동매대도 엄청 늘어나 길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평양 사람들이 3-4시간 정도 쇼핑할 정도로 경제조치 이후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사회개방' 정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월 인건비는 3천500-4천 원 정도로 상승했으며 물가상승도 계속되고 있다.

생필품 중심의 공급 물자는 늘어났지만 이는 가정에서 갖고 있던 물품을 갖고 나와 결과적으로 유통물량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근본적인 생산능력의 증대가없어 일정한 한계가 있다.

평양 발전소 상황도 좋아져 밤에도 불을 켜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쟁체제하 주민들의 생산의욕이 고취되고 전력문제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전망이 밝은 편이다. 다만 식량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장 =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예상보다 변화가 빠르다. 그래서 일부 북한 주민들은 휴대폰을 빼앗고 하는 문제에 대해 위쪽에 서 이런 변화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갖고있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과거처럼 남쪽 사람들을 경계하거나 피하지 않고 만나면 서로 편안하게 대한다.

최근 1년 간 평양은 건물 외벽공사를 실시해 외관상 깔끔해졌고 호텔에서 밖을 내다보면 밤거리도 예전보다 환해졌다. 전력 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확실히지난해 봄보다 활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평양 이외의 지역을 다녀온 일행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방은 아직까지 여전하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자본주의적 마인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 7.1 경제관리개선 조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고 본다. 이번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들렀던 식당 3군데서 모두 상호가 적힌 판촉용 라이터를 선물받았다. 나중에 한 식당에 갔더니 매상이 올라서 표창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는 점이 아주 특이했다.


▲ 방북 인사 및 북측 관계자 =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 준공 기념식 참석을 위해 최근 방북했다. 평양비디오제작소에서 나온 촬영 기사가 방북단 일정을 촬영한4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개당 50달러(45유로)에 판매할 정도로 돈벌이에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익명을 요구한 언론사 중견 간부)

최근 방북시 북한의 한 골프연습장 관계자로부터 "봉사원들이 한 달에 계획 목표량을 채울 경우 5천 원 정도를 받고 계획 목표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추가로 돈을 받는다. 1만원을 받을 때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정부 관계자)

평양에는 국영상점 외에도 구역별로 1∼2개 전체적으로 30개 가량의 시장이 생겨 국영상점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물건들이 거래되는 등 시장 개설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북한거주자)

지난 14-17일 인천에서 열린 6 15 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들이 북한이 자랑하는 약수인 '강서약수' 상표가 인쇄된 번호를 달고 단축 마라톤 경기에 참석, '달리는 광고판' 역할을 한 것도 7.1 경제개선 관리조치이후 발견된 변화였다.(행사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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