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일본 학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들은 모두 사실의 왜곡 또는 자의적 해석, 심지어는 조작의 혐의까지 있는 것들이므로 근거가 되기에 적절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 증거로 볼 때 `임나일본부설`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국사와 조선
1939년 일본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한 역사서로
일본 역사와 조선의 관련 역사를 언급하면서,
일본 역사의 일부로 편입된 조선의 역사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를 비롯하여 고대로
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왜곡되어
있다.
첫째, 일본이 가야를 지배했다고 증명할 수 있는 유물이 전혀 발굴된 적이 없습니다. 가야 지역에서 발굴되는 왜 계통의 유물은 그 수량이 매우 적으며, 가야 계통의 유물 속에 극히 일부가 확인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유물들이 출토되는 고분들은 가야의 전통적인 묘제를 채용하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그러므로 유물 발굴로 볼 때 왜가 가야 지역을, 더욱이 200년이나 지배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둘째, 그 시대의 일본은 통일 정권을 이루지 못하고 작은 나라들로 나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 상태에서 과연 바다 건너까지 식민지를 경영할 수 있었을까요? 또 꼭 그래야만 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러한 점들에 대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고고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그때 가야는 일본보다 약 반 세기 앞선 문화를 지니고 있었는데, 과연 일본이 가야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을까요? 역사학에 기본적인 지식만 있는 사람이라도 회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넷째, `일본`이라는 국호는 7세기 이후에나 사용되었다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임나일본부`라는 명칭은 6세기에는 사용될 수 없는 것이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 관련 기사에 왜가 가야에 대해 조세 징수나 군역 부과, 그리고 정치적 강제 등을 실시한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습니다. 가야 지역을 지배했다고 하면서 이러한 행위를 기술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 자체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야가 멸망하는 시기를 기록한 `일본서기`나 `삼국사기`를 보면 가야가 멸망할 때 왜가 신라에 대하여 어떠한 조처를 취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가야를 왜가 지배하고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내세워지는 것과 그것들의 부당성을 논해 봤습니다. 임나일본부설을 처음 듣는 사람은 어처구니없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논리가 버젓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고 도대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이번 교과서 왜곡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왜곡된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일본에 압력을 넣겠다고 하고, 한일각료회의에서 거론하겠다고 합니다. 항의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는 논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기까지 하는데 왜 진실을 가르치는데 주저하는 것일까요? 일본의 교과서에서 정신대를 어떻게 다루느냐로 논란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정신대 문제를 교과서에 넣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이른바 한일합방에 협력했던 자들, 그리고 그 후손들이 어떤 매국행위를 했으며, 그들은 이후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를 낱낱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는 것일까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의 정권까지도 친일세력의 잔재와 완전히 절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지요. 오히려 그들과 더욱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박정희 기념관 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망국의 시기에 침략군대의 장교가 스스로 되어 일본제국주의에 충성을 맹세하고 독립군을 토벌하는 데 앞장섰던 자를 기념하고, 그를 존경한다는 자들이 설쳐대는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일본만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의 역사 왜곡은 우리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때만이 발본색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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