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신(新)사고`를 고창한 이후 북한 내에서 투쟁정신으로 일컬어지던 `자력갱생`도 구태의연한 껍질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외투를 둘렀다.

올해들어 부쩍 강조되는 자력갱생의 새로운 의미는 "현대적인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이다.

김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간부들에게 "현대적인 과학기술을 떠난 자력갱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이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1.30)이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2.6) 등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이러한 개념이 종종 나왔었다.

노동신문 최근호(2.28)는 `자력갱생에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1세기에 상응한 국가경제력을 튼튼히 다져 강성부흥을 이룩해 나가자면 자력갱생의 혁명적 원칙을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면서 자력갱생의 개념과 함께 앞으로 견지해야 할 원칙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현 시대를 "과학과 기술의 시대"로 정의한 후 "현대적인 과학기술을 떠난 자력갱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은 결코 문을 닫고 경제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 폐쇄경제와는 인연이 없음을 상기시키면서 "현대과학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경제를 현대적 기술로 장비해야 민족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강화하고 경제가 인민을 위해 더 잘 복무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에서 `경제강국`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김 총비서도 신사고를 주창한 상황에서 자력갱생의 개념이 현실과 새 세기의 환경과 조건에 맞게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전의 경우 자력갱생은 부족하거나 없는 것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고 낡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해결하는 투쟁정신으로 소개돼 왔다.

노동신문은 이를 의식한 듯 "오늘날의 자력갱생은 결코 뒤떨어진 것을 창의 고안하는 식의 자력갱생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아무리 자력갱생한다고 하여도 현대과학기술에 기초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으며 백년을 가도 자기의 것을 훌륭히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경제의 기술적 낙후성을 청산하고 그것을 현대적 기술로 바꾸는 것"이 하나의 `혁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자.기술자들의 역할도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노동신문은 이들에게 "현대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개척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전반적인 인민경제의 기술개건(改建)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해 나가기 위해 더욱 분발해 투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력갱생에 현대적 과학기술이 강조됨에 따라 이와 연관된 `실리 보장` 역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신문은 "실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은 현 시기 우리의 자립적 경제 토대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양시키기 위한 근본요구의 하나"라면서 자력갱생에서도 철저히 경제성을 고려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개별 부문에서 실적을 앞세우려고 경제성이 없는 자체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것 △일시적 이익을 고려해 연관 부문이나 국가 경영활동에 도움이 안되는 생산공정을 마련하는 것 △무분별하게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전기와 국가자재, 인력을 낭비하는 것 등을 철저히 피할 것을 당부했다.

결국 개별 단위는 물론 연관 부문, 나아가 국가의 전반적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자력갱생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노동신문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심규석기자 200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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