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을 만나 남북경협 일선에서의 어려움을 들어보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기자]
"시댁 눈치봐가면서 친정에 이것저것 싸갔는데, 친정에서는 '더 할 수 있으면서 이것 밖에 못 해주냐'는 타박을 받고 시댁에서는 '쓸데없는 짓 한다'고 천대받는 며느리 꼴입니다."

PCB(인쇄회로기판)공장을 비롯해 모니터, 스티로폼, 수산물 가공공장 등 평양에 4개의 공장을 운영하면서 대표적인 경협 기업인으로 자리잡은 유니코텍코리아 유완영 회장이 전하는 남북경협의 현주소이다.

유 회장은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표정이지만 본격적으로 경협사업에 뛰어든 지난 12년간 겪은 영욕이 짙게 베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북측에 투자한 재산에 대해 고정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회계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를 하고 있으니, 중소기업으로서는 치명타죠."

유 회장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현대상선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는 대북투자금액이 고정투자로 인정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적성국가에 투자되어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미 S전자의 경우 은행이 채권을 회수해 부도상태에 빠졌으며, I사도 60억원에 달하는 고정투자가 부실채권으로 둔갑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긴 상태이다.

"대북투자가 부실채권이라니..."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기자]
이어지는 유 회장의 하소연에는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묻어있다.

"4대 보장 합의서가 발효되었지만 여전히 대북투자에 대한 재산권행사에 제약이 있습니다. 최소한 투자재산을 담보로 은행대출은 해줘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지금처럼 행사위주의 대북교류로는 어렵습니다. 경협에 나서는 기업들이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남북경협은 그저 돈만 벌려는 사업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회장은 최근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하여 대북투자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50%까지 정부가 나서서 보전을 보장한데 대해 "그 이전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까지 대기업이 북측에 10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가 없습니다. 평화자동차, 성남전자, 나선자유지역에 철도 레일 관련 사업을 하는 경남의 모업체, 그리고 유니코텍코리아가 거의 전부인데, 이래서는 경협이 본 궤도에 오르기 어렵습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금 유동에 있어 몇십억원 규모에도 휘청거릴만큼 치명적입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北이 잘살아야 南도 잘산다"

앞으로 북-일,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일본과 미국의 기업들은 북측의 사업여건을 조사하고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땅에서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을 유회장은 우려하고 있었다.

"이미 미국은 씨티뱅크가 1995년에 북한내 전자상거래 관련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입니다. 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미국의 한 연구소와 일본 미쯔비시는 북측 인력을 활용해 GPS(위성항법위치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기업은 화교자본을 앞세워 벌써 4,000~5,000개의 기업이 북측에 진출해 있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경제봉쇄를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북측과의 수준높은 협력기반을 닦아 놓고 있으며, 일본은 NTT도코모에 이은 2위 통신사업자인 AU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일본 현지 총련계와 선을 대며 북에 진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측은 정부차원의 경협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거니와 경협과정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은 물론 적극적인 열의를 갖고 하는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소극적이라는 것이 유 회장의 아쉬움이다.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 안의  모니터 생산라인 [사진제공 - 유니코텍코리아]
유 회장은 "남측에서 경협하는 사람이 천대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경협사업가들을 귀하게 대우하고 대접할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아울러 유 회장은 "남측의 4천만 인구가 1달러씩만 투자한다고 해도 500억원이 됩니다. 북-일, 북-미간 수교가 되면 갚는 조건으로 합법적으로 먼저 지원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당장 평양에서 공장을 운영하고자 할 때 부지와 설비,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직접비용만 투자되면 되는데, 이건 굉장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또 남측의 궤도와 똑같은 경의선 레일이 깔리면 물류비용도 1/10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측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기타 몇 가지 불투명한 요인들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남측기업이 평양에 공장을 만들어 본 경험도 거의 없고 따라서 노무관리 경험도 전무한 상황에서 모든 일이 원활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북과 협력해 일본 중국 공략해야"

이와 관련해 유 회장은 북측이 신뢰하는 남측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무슨 떼돈을 벌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남들이 하지 못한 과정을, 여러 가지 어려움을 넘기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시작해서, 성취하는 것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예를들어 유니코텍재팬은 휴대폰으로 주고 받는 한일(일한)번역 메일서비스(친구메일)를 일본 AU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평양프로그람센터(PIC)의 기술지원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작해서, 성취한 구체적인 사례이다.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에 게시된 상장들. [사진제공 - 유니코텍코리아]
이런 협력사업이 가능한 것은 북측과 신뢰를 쌓으면서 사업을 해왔던 유 회장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내부의 조건과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조건이다.

평양프로그람센터(PIC)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인 '기사장' 중에는 일본에서 귀화한 동포들이 많은데, 우리말도 알고 일본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또 중국에는 북측에서 보낸 유학생들이 많고 역사적인 유대도 깊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북측과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하는 사업이 전망이 있다고 본 식견은 유 회장의 몫이다.

유 회장에 따르면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북측과 사업경험을 쌓으면서 신뢰를 받는 사람과 협력해서 긍정적으로 창조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것이야말로 우리민족끼리 하나 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충실한 자양분"이라는 것이다.

김정일위원장 '현지지도', "오기도 생기지만 기대도 커진다"

"12년간 경협사업을 하다보니 온갖 일을 다 겪어 본 것 같은데, 하다 보니까 오기도 생기지만 7.1경제개선 조치 이후 북측의 개혁의지에 대한 기대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내가 못하면 우리 자식세대에는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유 회장의 그간 남다른 노력이 북측에게도 전달됐는지 작년 10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에 '현지지도'를 나오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북측으로서는 대단한 평가인 셈이다.

남북경협과 관련한 부정적인 언사가 너무 많았다고 느꼈던지 유 회장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협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1993년 미국과 모스크바에서 공부하면서 통일을 위해 내 영역에서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지금까지 평양에 공장을 4개 만들었습니다.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유 회장은 예의 그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와 "100년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분단은 없었다"며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연인들이 연애도 하다가 다투기도 하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과 같이 서로의 진실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경협사업에 임하는 기업인들이 "통일시대의 주인된 태도를 갖고 당장 돈 버는 사업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 설 것"을 주문했다. 통일됐을 때 자식들과 남북 양측의 국민들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실천적으로 노력하자는 것이 유 회장의 조언이다.


유니코텍코리아는?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의 PCB 생산라인[사진제공 - 유니코텍코리아]
유니코텍코리아는 전신인 IMRI 시절부터 1998년 평양에 PCB 조립, 생산을 위한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를 설립하고 1999년 모니터 완성품 조립과 계측을 위한 라인을 신설하였으며, 2001년 '평양발포수지공장'과 대금결제를 위한 수산물 급속냉동처리공장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경협기업이다.

현재 평양전자제품개발총회사에서는 PCB 어셈블리를 월 1,500대에서 4,500대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합영회사로는 최초로 총회사로 승격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는 등 북측의 지대한 관심속에 운영중이다. 모니터는 완제품을 월 500대에서 1,000대 생산하고 있으며, 협력파트너인 삼천리총회사용 모니터를 비정기적으로 같은 수량 주문생산하고 있다.

평양발포수지공장에서는 북측 내수뿐만 아니라 LG, 삼성 등 경협업체에 포장 완충재로 공급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지난해 북측 8만호 가구에 건축단열재용 평판을 공급하였다.

수산물 급속냉동처리공장은 발포수지에 대한 대금결제를 위해 꽃게, 바지락 등 대치물자를 1일 8톤 처리가 가능한 급냉설비로 처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측 전문인력과 SW공동개발을 추진하여 개발제품을 유니코텍과 함께 일본 시장에 보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외국자본의 북한 진출을 위한 특허등록 및 대행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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