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이정진기자= 북한이 과연 '천지개벽(天地開闢)'행보에 나설 것인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지난 달 방문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개성공단 책임자 등 북한의 남북경협 주요인사들이 대거 중국 방문길에 나서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천<土+川>)등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거점을 방문해 중국식 개혁의 실체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활동상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북한식 개혁.개방행보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이번 방문은 개성공단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가 있다. 개성공단은 침체될대로 침체된 북한 경제의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북측 대표단이 중국의 경제특구의 실체를 살펴본다는 것은 개성공단의 추진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중국식 경제개방이 북한땅에서 시도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일 위원장의 과거행보와 맥락을 같이한다. 김위원장은 지난 2001년 1월 상하이를 방문, 첨단 정보통신(IT) 산업시설은 물론 자본주의 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증권시장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가 남긴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는 소회는 북한의 오늘을 상징하는 화두가 됐다는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방문길에도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체제가 안착된톈진(天津)을 방문하는 등 북한이 중국에 이어 과감한 개방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북한 대표단의 상하이와 선전 방문은 지난 2001년 김위원장이 체감한 '상하이 쇼크'를 실무진들이 학습한다는 의미도 보태지고 있다.

상하이 현지 소식통은 "북한 대표단이 남측 파트너인 현대아산과 함께 상하이와선전의 경제특구를 방문,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북한식 개방노선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우선 개성공단 추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전특구의 경우 홍콩의 화교자본이 대량 유입돼 성공한 특수성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말해 남측 자본을 유인해 북한의 개방을 시도하려는 개성공단의 모델로 적합하다는 것.

개성공단은 북측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생명선이나 다름없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1990년대초부터 추진해왔던 나진.선봉사업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사실상실패하는 등 실효가 없는 상태인데다 김위원장의 지난 2001년 중국방문 이후 전격추진한 신의주특구 개발이 '양빈(楊斌) 해프닝'을 통해 무산된 점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은 북측에 남은 '마지막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

북측이 현대아산의 중국시찰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한 소식통은 "북측이 이번 시찰활동에 의욕적으로 임했다"면서 "향후 개성공단과 금강산지역 개발의 미래를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측 대표단의 중국행은 '개성공단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만큼 향후 북한의 과감한 개방.개혁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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