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민 기자(mhong@tongilnews.com)


8일 새벽(한국시간)에 끝난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국내외 북한 전문가 및 언론들의 다양한 분석과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부시 대통령의 `대북 의구심` 발언에 주목하며 각론 부분의 한미간 `이견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정책기조의 공감과 다르게 구체적 실천 차원에서는 갈등이 예상된다는 논조가 우세하다.

그러나 부시정권의 강경 성향은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보수적 성향의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부시의 북한에 대한 `의구심` 내지는 `회의감` 발언은 새로울 것이 별로 없는 `느슨한` 입장 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의 과잉된 보도 태도에 오히려 `의구심`을 한번쯤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점에서 부시나 미국 행정부 인사의 공식적 발언 이면에 존재하는 전략적 의도가 무엇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부시의 `의구심`과 `회의감` 발언의 이면적 배경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어떻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만 하는 북한과 미국간에 `근본문제`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정상회담 직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조만간은 북한과의 협상재개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그 시기가 문제이지 반드시 협상재개는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차적으로 정상회담에서의 부시 발언은 북미간 현안문제에 관한 협상재개에 앞서 협상의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려는 의도된 전술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즉, 포괄적인 대북정책 기조와 달리 구체적인 협상의 이슈를 선제적으로 주도하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기엔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북한이 각인 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오도록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며, 클린턴 정부가 대화를 통해 의제의 폭을 좁혀 갔다면 부시 정부는 일종의 선택지 폭을 충분히 압축해서 사전에 북한에게 제시함으로써 협상에 끌려다니지 않는 효과를 발휘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가 어떤 구체적이고 확고한 대북정책의 해법이나 원칙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정책기조 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전반적으로 지지, 동의하는 선에서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다.

이것은 결국 부시 정부 내에서 아직 확고한 대북정책 기조의 실천적 전략을 조율하는 과정이거나 보류 내지는 유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는 대북한 문제의 특별한 해법을 찾지 못한데 따른 점진적 탐색 쪽으로 신중함을 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구체적인 실천적 대북정책은 올 하반기나 연말에나 가야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현 단계는 상견례 또는 입장의 탐색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올 상반기쯤 예상되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부시의 이번 발언은 전 클린턴 정권이 일정하게 묵인(?)해온 남북관계가 기존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 수준을 변화시켰다는 인식의 바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즉, 어떠한 형태든 한미간 공조 안에서 북한 문제의 이해관계를 뚜렷하게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며, 미국의 이해관계를 벗어난 속도와 방향을 일정부분 조절하며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투명성(transparency), 검증(verification) 발언은 남북관계 속도조절용 의도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한미공조관계를 벗어난 남북관계는 기존의 한미간의 공통 이해관계에 틈이 가게 만드는 계기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햇볕`이 비춰지는 범위와 속도, 방향을 미국의 이해와 일치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북한이 예전과 같은 `벼랑 끝 전략`을 구사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인식이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줄기차게 북미관계 개선에 사활적으로 역점을 두어왔고 북한의 돌출적인 행동 가능성은 현재 희박해 보인다는 인식이다.

특히 연초부터 북한 내에서 불고 있는 `신사고` 담론들이 북한 변화의 분명한 증거는 되지 않지만 가능성의 낌새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초반부터 확실하게 `안보문제`와 결부해서 매듭을 지으며 풀어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어쩡쩡하게 대화에 응하거나 봐주면서 시작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미관계는 우리의 성급한 우려나 언론이 `의구심` 발언에 주목해 `이례적`인 강경노선으로 보는 것과 달리 상당부분 전 클린턴 정권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점진적인 개선의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속도와 과정의 문제가 전 정권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증거로 현재 언론에서 성급히 제기하는 한미간의 대북정책 이견설이 현재 가시화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정책이 표명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갈등의 표출 가능성은 있으나 시간이 좀더 경과되어야 그것도 가능한 일이다.

부시정권이 강경한 색깔을 보이는 것은 속뜻과 겉이 다른 전략적 계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겉으론 `회의`, `의구심` 등의 언술로 북한 정권에 대한 일정한 불신을 피력하면서 딴지를 걸지만 전 클린턴 정권 대북정책의 큰 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이외의 딱히 효과적인 해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시각에서 한미정상회담으로 일정한 큰 기조는 조율했지만 사실 현재의 한미 각각의 이해관계는 냉전시대 동맹의 이해관계에서 상당부분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즉, 한 북한 전문가(동국대 고유환 교수)가 지적하듯이 북한이 말하는 민족공조와 외세공조의 이중적 구도가 상호 모순적 대칭관계 속에서 점점 변화되어 가면서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인 미국의 반응은 이런 민족공조와 한미 동맹관계의 이중적 구조가 변화되어 가고 있는 데 따른 미국의 시각을 일정하게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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