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탄핵기각으로 63일만에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대통령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 국민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 복귀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앞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항상 긴장된 자세로 국민에게 진 빚을 갚아 나가겠다”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제공 - 청와대]
노 대통령은 “취임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는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대선자금과 측근 비리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저의 허물을 결코 잊지 않고 마음의 부담으로 안고 가겠다”다면서 “항상 긴장된 자세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 빚을 갚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혀 재신임 문제를 해소했다.

“정치개혁 뒷받침에 전념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어 “지난 1년, 특히 총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이제는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갈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여야 정치권 모두 의욕에 넘쳐 있는 만큼, 정치개혁은 새롭게 구성되는 17대 국회가 앞장서 해나가”고 “정치개혁이 안정된 토대위에서 질서있게 추진되도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정치개혁을 뒷받침하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해집단의 목소리나 갈등에 매몰되지 않고 국정운영의 안정적인 관리자로서 중심을 잡아나가”겠다며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국정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겠다고 밝혔다.

“화합과 상생정치 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달라는 많은 편지를 받았”다며 “정치권도 상생의 정치를 약속하고, 여야가 만나 결의도 다졌다”면서 상생정치를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상생정치는 “서로를 존중”할 때 가능하다며 “이해관계와 의견은 항상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절충하고 합의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경제 어려움 결코 방치않겠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당면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며 해결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실업과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문제 등 서민들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고통에 빠뜨리거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 없도록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약속하고 하지만 “몸이 허약해진 사람에게 주사 몇 대 놓는다고 곧바로 원기가 회복되지 않듯이, 여론이나 인기에 좇아서 허겁지겁 내놓는 대책들이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발끈 동여매고...”

노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준비해 온 기간이었다. 이제 또박또박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시장개혁, 정부혁신, 지방화와 동북아경제중심 과제, 그리고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외 이라크 파병 문제를 비롯한 현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힐 것이라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신발끈을 동여매고 열심히 뛰겠다”는 결의를 밝히면서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호소했다.

통일외교 현안 언급없어...아쉬움 남아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에서는 정치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과 함께 화합과 상생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국정의 안정적  관리와 민생경제 회복 등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상생’ 정치와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산적해있는 이라크파병, 한미동맹, 북핵문제, 남북관계 등 통일외교 정책이나 현안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다소 기대에 못미친 감이 있다는 중론이다.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에서 국민의 힘으로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탄핵이 기각되는 등 변화된 여건 속에서 ‘변화’를 기대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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