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협청년위원회는 (사)세계평화청년연합 주관으로 21일 저녁 '2004년 제1회 민화협
평화통일청년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최근 전력 송전방식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임차료 협상이 타결되는 등 개성공단 사업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화협 청년위원회가 주최하고 (사)세계평화청년연합의 주관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 사례를 통해 본 북한의 변화'라는 주제로 '2004년 제1회 민화협 평화통일 청년포럼'이 21일 저녁 7시 마포 도원빌딩 세미나실에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주제 발제자로 현대아산 박경섭 차장(개성사업단 기획팀장)과 평화자동차 조성락 이사가 참석했다. 현대아산과 통일그룹은 지난 10여년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경협을 추진해온 남북경협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 포럼은 이 두 회사의 그간의 경협사례를 통해 이후 전망을 그려보는 자리가 됐다. 

개성공단 고용인구 25만명, "우리나라 직할시 정도의 생활 가능"

▶현대아산의 경협사업에 대해 설
명하고 있는 박경섭 팀장.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현대는 지난 89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평양 방문시 남북의정서 체결을 시작으로 남북경협사업을 시작해 금강산 해로관광과 육로관광에 이어 최근 개성공단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내 1만평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연내 제품생산을 예정하고 있는 개성공단은 지난 2002년 12월 현대아산이 개성지역 2천만평에 대해 50년간의 토지이용증을 취득하고 지난해 6월 개성공업지구건설 착공식을 가진 뒤, 1년여만에 이뤄지게 됐다.

이날도 개성공단 사업 논의 차 방북했다 곧장 포럼에 참여했다는 현대아산 개성사업단 박경섭 기획팀장은 "판문점에서 개성까지 넘어가는 것이 실제 10분 걸리는데, 이 10분을 넘기 위해 50년 세월이 걸렸다"며 "서로 어느 일방만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팀장에 의하면 4월 현재 개성공단 입주 희망업체는 1,700개 업체가 630만평 규모의 입주의향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곳 노동자들의 임금은 57.7달러(약 6만9천원)이며 연간 임금상승률은 5% 이내로 억제된다. 또한 개성공단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행정조직을 구성하고 이는 남쪽이 담당키로 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측은 약 1천억불(120조)의 수입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팀장은 이와 함께 북측이 얻는 효과로는 2천만평 개발에 따른 고용인구는 25만명으로 이는 북 전체의 1/100 수준에 해당하는 수이며, 이들은 "우리나라 직할시 정도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또 2천만평을 9년간 개발한다면 북쪽은 약 46억불(5조원)의 수입으로 창출할 수 있어 북이 경제회생을 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경섭 팀장은 89년에 체결한 남북의정서에는 동부지역 금강산 관광지역을 육로로 통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여전히 중요하며 유효하다고 강조한 뒤, 중국이 순차적인 점-선-면의 개혁개방을 취했듯이 북측은 개성-금강산-신의주를 거점으로 개방지역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금강산의 경우 원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제는 북측의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며 금강산(동쪽), 나진-선봉(북동쪽), 신의주(북서쪽), 개성(남쪽) 등 변방 지역 네 곳을 모두 열어놓았으며, 그중 나진-선봉은 실패했고 신의주는 잘 안 풀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개성공단에 대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중간지도층이 북쪽에서도 굉장히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들은 "경제회생을 위해서 자존심도 버릴 수 있다는 각오로 변화하고 있어, 시장경제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큰 대세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계속해서 큰 변화들이 줄지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출된 이익 북에 재투자, 차별화된 신뢰구축

▶남북합작으로 남포에 설립된 평화자동차 조감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평화자동차 조성락 이사.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어 평화자동차 조성락 이사가 주제발표에 나섰다.

"우리는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밖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 재투자한다. 이것이 우리의 차별화 된 신뢰이다"

평화자동차 조성락 이사는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시 당시 세계일보 사장이었던 박보희씨를 수행해 조문을 다녀온 일로 적지 않은 고초를 겪은 사람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통일그룹이 북측과의 경협을 해올 수 있었던 비법중의 하나를 이같이 소개했다.

지난 91년 문선명 총재가 방북을 시작으로 93년 평양에 있는 보통강호텔을 인수해 경영하고, 99년에는 평화자동차를 설립해 북한 민흥총회사와 합작으로 북한 현지법인 평화자동차총회사를 설립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연 490-500대 정도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평양관광을 성사시켰다.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 등 특구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한데 반해 통일그룹은 평양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북측의 내부 변화에 대해 민감하다.

조성락 이사는 보통강호텔을 인수할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회상하며 지난 10년을 되돌아 볼 때 북한은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한 것이다"고 표현했다.

특히 최근에 평화자동차를 중심으로 평양에 5개의 광고탑을 설치된 것은 '획기적인 사건'으로 북한의 소위 톱 모델인 '휘파람' 가수 전혜영과 유도선수 계순희가 참여했다며 이 광고판은 "평양의 명물이 돼 사람들이 그 앞에서 떠날 줄 몰라한다"고 평양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조 이사는 7.1경제개선조치 이후 변화된 북의 모습에 대해 "처음에 볼 수 없었던 경쟁과 서비스의 개념이 형성 돼 옆 판매원과 경쟁, 가격인하와 서비스를 높여 어떻게든 팔려고 하는 상술의 발달"을 꼽으면서 계속적인 변화를 확신했다.

조성락 이사는 "대북사업은 기업논리 플러스 알파의 특수한 사업"이라며 "경쟁논리보다는 보다 공조하고 협조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보다 쉽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경협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 제언했다.

남북경협, 남북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남북이 상생하는 남북경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참가자들은 남북경협에 대해 일방의 이익이 아닌 남과 북 모두가 상생하는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금 개성공단에 입주 예정인 기업은 대부분 노동집약형 산업이라는 한계를 넘어 북쪽 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IT 산업 등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질의응답 과정에서 남북경협의 현실적 장벽이 되고 있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통관절차에 대한 의견들이 많이 제기됐다.

군전용물품과 이중용도품목이 분쟁국가나 국제평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국가로 수출이 되어 군사력의 과도한 확장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바세나르(The Wassenaar Arrangement) 등의 국제협약에 따라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이 통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IT 등의 기업은 물론, 인텔칩이 탑재된 개인용 컴퓨터도 지금 북쪽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전략물자는 특정 품목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통제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육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절차가 대단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남쪽 13개 기관에 통보가 가고 그중 4개 기관은 승인을 받아야 하며, 또 이 기관에서 승인을 하더라도 마지막에 유엔군 사령부가 승인을 해야 한다. 현재 남쪽 관할은 유엔군 사령부이고 실무만 남쪽 정부가 맡고 있어 최종 승인은 미국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을 발전시키고 육로를 통한 남북의 교류 협력을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