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 최근 급변하는 북한 사회상이 재일 동포의 눈에 는 어떻게 비쳤을까?

지난달 말부터 10여 일 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 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리 광(54)씨는 평양시 통일거리에 조성된 시장 풍경은 마치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흡사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리 씨의 평양방문 소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평양시내에 등장한 시장을 둘러 본 느낌은?

▲시장의 활기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북한의 시장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전기제품, 공업제품, 의류, 식료품 등 매대가 수 십 미터씩 줄지어 서 있었다. 매대마다 서너 명의 여성 판매원이 일하고 있었다. 개인 매대와 기업소 매대가 섞여 있었다. "싸구려!"를 외치는 상인들의 모습은 서울 남대문시장이나 부산 국제시장을 연상할 정도였다.

- 달러나 유로화의 사용 여부는?

▲거래는 모두 원화(북한 화폐)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통일거리 시장에서만 외국돈을 안 받는 것인지 다른 시장에서도 그런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 당국이 개인에게 상점을 임대해 주며 이윤 추구를 보장하는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평양 체류 중에 만난 사람들 모두가 "이제는 놀고 먹기가 불가능해졌다, 어찌보면 이것이 원래 사회주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7.1조치의 영향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고난의 행군'(경제난이 극심했던 90년대 중후반) 당시의 경험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즉 그 당시 처음에는 '나라에서 경제난을 해결해 주겠지'하고 앉아만 있다가 그 같은 기대가 깨지자 뒤늦게 주민 각자가 살아갈 방도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수단으로 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인가?

▲ 평양에 시장이 등장하게 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말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김 위원장이 전국에 있는 시장의 실상을 파악한 뒤 "왜 감추다시피 하는가, 인민들의 수요가 있고 인민들이 좋다고 한다면 내놓고 하자, 식료품 같은 것도 파는데,그렇다면 집도 지어주고 위생상 대책도 세워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 공급과 생산 활동에 개인의 인센티브를 보장하고 있다는데...

▲ 계획을 초과 달성할 경우 초과분은 분조나 가족의 몫이 된다고 한다. - 개인의 이윤추구 행위가 계획경제시스템과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가? ▲ 개인의 상행위와 국가계획경제 사이에 모순은 없는 것 같았다. 평양시내에 본보기로 설치된 통일거리 시장이 북한 전역으로 확대되면 어떤 변화가 올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다.

- 7.1조치 이후 빈부격차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한 당국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 물품 부족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은 없는가?

▲ 식량부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요즘 남한이나 서방 각국에서는 김 위원장 후계구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북쪽에서는 어떤 말이 오가는지.

▲평양 체류 중에 가장 하기 힘들었던 질문이 그 문제였다.

유감스럽게도 주민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어떤 지식인은 후계자이야기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수령의 위업 계승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한 자랑스러운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 도 이 문제가 장군님에 의해서 잘 해결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내가 다시 "혈통계승인가?"라고 묻자 그는 후계자론을 "수령의 위업을 대를 이 어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그 인물(후계자)은 혈통보다도 그럴 만한 자질과 풍모를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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