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저 『문익환 평전』
[사진 제공 - 실천문학사]
여기 한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한 권의 책이 있다.
20세기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온 몸으로 살다간 늦봄 문익환의 일생을 그린 『문익환 평전』.

목사로서, 통일운동가로서, 시인으로서... '인간적으로 큰 사람' 문익환의 모든 자취를 다 담기에는 840여쪽에 이르는 지면도 부족했을 터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형수가 만 5년이라는 긴 세월을 씨름하며 늦봄의 발자취를 좆아 중국, 일본, 평양을 두루 밟으며, 숱한 지인들을 만나 비로소 일궈낸 역작이다.

우리에게는 1989년 분단을 단숨에 뛰어넘어 북녘땅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포옹하고 '통일은 됐어'라고 외치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늦봄 문익환.

그렇지만 늦봄이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이전의 만주에서의 삶과 목회자이자 신학자로서의 삶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제시기 만주에서 독립을 꿈꾸며 독립지사를 키우던 명동촌에서 자라던 소년시절, 휴전협정 당시 미군 통역관 신분으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았던 사건, 신학자로서 성서를 번역하던 시절...

그러나 역시 늦봄의 생애는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과 뗄레야 뗄 수 없을 것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늦봄은 76년 '3.1구국선언' 이전부터 이미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아버지'였으며, 민가협, 유가협을 탄생시킨 산파였다.

본격적인 활동이후 102개월, 날수로는 3,102일 동안 감옥을 집 삼아 살아가면서도 뜻을 꺾지 않았고, 간수와 교도소장도 그에게는 대화의 상대일 뿐, 누구와도 '적'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작가는 늦봄에 대해 "정서적 조국은 고구려였으며, 영혼적 혈통은 유목민"이었다고 규정하고, 사상적으로 20세기의 원년이라할 수 있는 1918년에 태어나 21세기의 시작에 생을 마친 20세기의 시대정신으로 평가했다.

작가는 "어떤 수난과 시련과 핍박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함을 간직해서 뒷 세대에 전달을 해내는, 후세대의 유산을 주는, 우리의 20세기사를 모멸의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기쁨의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시키는 것이 문 목사님의 삶의 가치"라고 말한다. 

작가 김형수가 5년에 걸쳐 방대한 자료와 '발바닥' 취재로 쓴 『문익환 평전』은 평전 문학이 척박한 우리 문단에서 일획을 긋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하다.

경이로운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기록이 『문익환 평전』이다.

한편 늦봄 문익환목사 10주기 행사위원회는 오는 31일 오후 6시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타 3층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고 문익환 목사의 사진전과 유품전시회도 함께 열 계획이다.

4월 6일까지 열릴 사진전시회에는 늦봄 생전의 활동을 담은 60여장의 사진이 전시되며, 유품전시회에는 늦봄이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 친필 원고 및 편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받은 선물 등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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