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즈닷컴(대표이사 문광승 www.hanabiz.com)은  6.15 공동선언 이후 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해 남과 북이 하나(HANA)로 되는 비즈니스( BIZ)네트웍의 구축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이다.  

이를 위해 하나비즈닷컴은  2001년 8월 2일 중국 요녕성 단동시에 북측과의 합작법인 하나프로그램센터(http://www.hanasoft.com.cn)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하나프로그램 센터는 북측의 정보기술연구기관인 평양정보센터의 소프트웨어 개발력과 남측의 자본 및 영업능력이 결합된 IT분야 최초의 공식 남북 합작회사로 알려져 있다.

주요 업무 수행방식은, 남측 하나비즈 닷컴에서 소프트웨어 패키지나 용역을 수주하여 단동의 하나프로그램센터에 의뢰하면  하나프로그램센터는 단동에 상주하는 30여명의 인력과 북한내의 평양정보센터가 연계되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주는 방식이다.

2001년이후 지금까지 주요 개발실적은 리눅스 기반의 시스템 프로그램과 네트웍 관리 프로그램, Unicode IME개발 외에 음성인식 및 멀티미디어 분야의 패키지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일감 확보가 여의치 않다.”
문광승 하나비즈닷컴(hanabiz.com) 대표의 첫마디는 어두웠다.
감기기운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남북경협의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는 하나비즈닷컴 대표의 언급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하는 게 다행”이라는 대목에선 남북경협사업이 처해 있는 현재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느끼게 했다.
햇살이 따사로운 초봄 경복궁에서 만난 문광승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중국 단동에서 북측과 함께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비즈닷컴 문광승
대표를 만나 남북경협의 현주소를 들어보닸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객원기자]
□ 지난주까지 단둥에 계셨다고 하는데, 생활은 어떻게 하십니까?

■ 한달의 절반은 단둥 하나프로그램센터에서, 나머지 절반은 서울에서 보냅니다. 신혼살림도 아니고 거의 4년째 이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도 많이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북측 투자기업 몇 개 안남아

□ 우선 하나비즈닷컴의 최근 현황부터 말씀해 주시죠?

■ 일감 확보가 여의치 않습니다. 현상유지 정도는 하고 있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측 기업들은 아직 북측에 투자하는 걸 리스크가 크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협력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자체 사정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당장 돈 되는 일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가,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등등의 우려가 불식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는 북측에 투자를 통해서 미래를 기약하겠다는 몇 개 기업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 당초 하나비즈닷컴의 사업전망 중에는 신의주-단둥을 잇는 SM밸리 구상이 있었는데, 진척은 있는지요.

■ 중국은 신의주를 발전을 위한 동반관계로 보기보다 경쟁관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중국으로 들어올 자본이 신의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등이겠죠. 어차피 개성에는 순 남한자본만 들어갈 것이고 신의주에는 국제자본이 투자될 수 있다는 것인데, 중국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북측과의 협력사업을 진행하시면서 의사결정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 합의결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차원의 접촉과 문제해결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민간영역에서 조금씩, 천천히 성과를 내면 그 만큼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과정은 사회발전의 일반적인 경우와 같다고 봅니다. 민간과 정부간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는 거죠. 이 점은 북측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차원의 성과를 토대로 조금씩 개선되고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 실제 북측 개발자들의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기본 기술능력은 남측 엔지니어들과 비교해서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기능 구현에 필요한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말씀입니다. 다만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을 디자인하는 데는 솔직히 역부족입니다. 이건 일종의 문화이자 코드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인데 학습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거든요.

▶남북이 함께 만드는 '하나프로그람쎈터' 홈페이지. (www.hanasoft.com.cn)
“북측 개발자들, 수요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마인드 부족해”

북측 개발자들은 수요자, 사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마인드가 부족합니다. 왜 TV를 통해서 상품광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등이 단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독자적으로 제품을 기획해서 개발하는 일은 생각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 어려움도 있었지만 성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스템의 말단에서 최종사용자가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보다는 리눅스 기능개선, 네트워크 장비용 소프트웨어 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측에서는 개발이 많이 이뤄지지 않는 분야입니다만 시스코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의 IT기업들은 경력 10년차 이상의 고급기술자들을 보유하고 꾸준히 이런 분야의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 북측이 갖고 있는 IT관련 기술력 중 남측과 비교할 때 우위에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보안관련 기술은 확실히 기술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분야의 특성상 국제간 협력이 거의 안되는 실정이고 1024비트 암호기술은 교환금지 사항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외적인 문제가 많아 사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 게임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게임은 그야말로 문화의 집적체인 데다가 남측의 수요를 따라가자면 자극적 영상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런 마인드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D관련 작업은 일부 진행중인 사업이 있습니다만 3D작업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건 기술적이거나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역시 문화마인드의 차이 등에 이유가 있습니다.

또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한 남북공동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중국은 불법복제 등 통제가 어려운 영역이 있습니다.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 실제 남측에서 개발의뢰를 받아 단둥 하나프로그램센터와 평양정보센터에서 개발하는 과정은 원만하게 진행되는 편인가요? 경협 사업에 뛰어든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데요.

■ 단둥 하나프로그램센터에는 북측 개발자 33명이 상주해 있고 평양정보센터와의 의견교환 등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만 서울에서 개발의뢰를 한 후 안 풀리는 문제는 일정기간 모아뒀다가 단둥에서 직접 만나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저희도 지난해부터 단둥-평양간 이메일 교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전화나 팩시밀리를 이용했죠.

□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은데, 고민하고 있는 타개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 실제로 프로그램 개발은 지난한 과정입니다. 개발의뢰자와 개발자가 직접 만나 수시로 의견교환을 하면서 작업하는 게 최선입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이전할 생각이 있습니다. 단둥은 도강증만 있으면 평양에서 오전에 출발해 오후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유리한 곳이지만 수시로 남측 관계자들이 접촉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북측, 남측 파트너에 대한 평가기준 바뀌고 있어”

개성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으며 남측 기술자들이 출퇴근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개성으로 옮길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북측의 개발인력을 몇백명이라도 쓸 수 있습니다.”

□ 지난 4년간 협력사업을 하면서 얻은 성과를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 협력사업을 위해 단둥에 직접 투자된 금액만 50만 달러에 달하고 간접경비까지 계산하면 100만 달러 이상이 들어갔습니다. 하나프로그램센터는 현상유지를 하는 상태이지만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하나비즈닷컴은 초기 자본금 10억원에서 3억원이 빠지는 자본잠식상태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는 비관적이지만 북측과 신뢰관계를 쌓고 북측 기술자를 훈련하는 등 작업환경을 구축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성과라고 봅니다.

말들은 많았지만 결국 남은 건 하나비즈닷컴뿐이라는 평가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북측에서도 자금지원 규모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던 데서 북측의 생존경쟁력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를 높게 평가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 끝으로 경협사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기업들에 선배로써 조언을 해주십시오.

■ 충분한 정보를 갖고 사업에 뛰어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또 앞서 사업경험을 가진 분들을 가능한 여러 경우를 중복해서 만나보십시오. 사업의 성사여부에는 관심도 없이 북측 인사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끝내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파트너를 잘 만나야 됩니다. 은밀하게 거래되는 뒷돈이나 시간 낭비 없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여력이 닿는데 까지 저도 돕겠습니다.

경협사업을 둘러싼 환경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남측 파트너에 대한 평가기준이 바뀌고는 있으나 실무단위에서 느끼는 실적 올리기에 대한 부담은 여전합니다. 즉, 정비과정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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