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전교조 서울지부 총무국장)

3월초 만삭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용산구 용산2가동 좁은 2차선 도로를 오르고 있었다. 길이 좁은데다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하였는데 신호대기로 잠시 멈춰있는 시간, 운전석 창문쪽으로 오토바이 탄 외국인이 뒤에서 접근해 왔다.

차안의 우릴 향해 손동작으로 왜 꾸불꾸불 운전하느냐고 한다. 왜 저러나, 난감해 멍하니 처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을 주먹으로 꽝 두드리고는 앞으로 질러가는게 아닌가? 순간 나는 화가나서 창문을 내리고는 "야 임마! 너 거기서. 야! 안서" 고함을 치면서 뒤쫓아갔다.

오토바이를 탄 외국인이 주춤 섰다. 그러더니 우리를 보고 한국말로 "나 미국사람 아니에요. 프랑스사람. 친구 프랑스" 그러는게 아닌가? 엉겹결에 "왜 차를 두드려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췃다. "미국사람 노. 프랑스 사람. 친구" "미안해요"

얼버무리듯 그 외국 사람과 멀어지면서 나와 내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왜 미국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했을까? 내가 그에게 화가 난 것은 남의 차를 주먹으로 친 것 때문인데... 그것도 임신한 아내 쪽의 창문을... '

그 외국사람은 내가 고함치며 쫓아간 것이 미국인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와 난 다툼없이 끝났고 그는 성난 한국 사람을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가 정말 프랑스인이었는지 아닌지는 관심없다. 그러나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 한국인의 반미 감정이 전에 비해 고조되었다는 사실을 난 그 일로 인해 새삼 확인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그 순간에 자신이 '미국사람이 아닌 것'으로 자신을 방어 했던 것이다.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의 죽음, 미군의 독극물 한강방류, 미국의 명분없는 이라크 침략,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우리군대의 이라크 파병.

몇 년사이에 대중적으로 확산된 반미감정의 원인 제공자는 당연히 미국이다. 오만한 미국의 세계지배전략과 그 파편들이 우방이라고 믿었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반미감정을 폭발적으로 생겨나게 했던 것이다.

"미국사람아니에요" 사건 이후에 난 인간세상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잠시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 최병렬 대표까지 물러나게 하면서 미운털 소장파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 몸부림은 국민들이 화를 벌컥 내자 "예전의 비리당 차떼기당 아니에요. 젊은 새 정당. 친구!" 하는 듯이 느껴졌다.

또한 검은 돈 일부가 당사 임대에 보태진 것이 밝혀지자 열린우리당이 마파람에 게 눈감추듯 청과물시장으로 당사를 옮기려 하고 있다. 썩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고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주권국가를 향한 열망과 유권자로서의 자존심이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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