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환 기자= 최근 북한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요식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www.korea-np.co.jp)는 지난 10여년간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던 평양의 대형 식당인 '평양대극장봉사소'를 인수한 후 성공한 전업주부 박경숙(36)씨의 성공담과 최근 급증하는 평양시내 식당 개업 실상을 소개했다.

원래 평양대극장봉사소는 1960년 극장이 준공되였을 때 병설된 곳으로 공연관람자들이 식사와 청량음료를 즐기는 곳인데 경제사정이 어려웠던 기간에는 문을 닫아야 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식당 재건안이 나와 대극장 측에서는 투자와 경영을 맡아 하는 '책임일꾼'을 찾았고 박씨가 그 기회를 잡은 것이다.

박씨는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놀지 말고 조국을 위해 그 무엇인가내놓는 것이 옳다고 마음을 먹었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바친 자금은 국가에 저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신장개업한지 1주일 뒤부터 손님들로 흥성거렸고 평일에도 140명의 수용능력을 가진 식당은 손님들로 꽉 찼으며 식당 입구에는 순번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한 탁자까지 둬야 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현재 직함이 '봉사소 책임자'인 그는 지난 60년대 일본에서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귀국한 부모를 따라 입북한 재일동포 2세로 식당 개업에 필요한 투자금의 일부를 총련 상공인인 큰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동포 2세가 총련 상공인의 자금을 끌어들인 셈이다.

이처럼 큰 아버지의 자금까지 빌려 쓴 박씨는 사업 성공을 위해 나름의 노우하우를 총동원했다.

우선 이름난 호텔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을 스카웃했고 스무 살 안팎의 여성 접대원들을 고용, 엄격하게 지도했다.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검열표'를 만들어 한 개 항목에라도 잘못이 있거나 손님들로부터 불평 또는 항의가 들어오면 그날 보수를 주지 않았고 대신 일을 잘하면많은 보수를 줬다.

또 동해의 항구도시 청진과 신포의 수산사업소들과 직접 계약을 맺고 원자재를 현지에서 직송, 음식의 질을 높였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현금 대 현물의 유통이 제도화돼 자금만 있으면 원자재가 떨어지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음식 가격은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정하되 다른 식당들보다 약간 높게 책정, '고급 식당'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박씨는 앞으로 식당을 확장하고 체육시설이나 한증칸을 갖춘 종합레저센터를 만들 꿈에 젖어 있다.

박씨가 운영하는 평양대극장봉사소 외에 최근 평양시내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새로 생겼고 중구역에만 119개의 식당이 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번창하는 식당들은 1년이면 초기 투자액을 회수한다"면서 "평양대극장측은 식당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개축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 북한 정부 당국이 박씨 등 투자자들을 모아 식당 경영을 맡기고 일정액을 국가에 납부하게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주민들의 말은 인용, "종전에는 외화식당에서만 가능했던 시설을 이 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가 자기 돈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새로운 가격조치가 취해졌을 때 자기 살림을 걱정하던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인민생활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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