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김대영 특파원=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는 24일 참여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한 기자회견에서 한미관계는 1년 전보다 상당히호전했고 성숙한 관계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 대사는 또 북핵문제와 관련한 대북 안전보장에 대해 "한미간, 미북간에도 이 견이 없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안전보장 언급은 지난 2-3개월 동안 많이 줄었고 미국도 이 문제에 꽤 전진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요약한것이다.

-- 지난 1년간의 한미관계 전반을 평가해달라. 또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방향은 무엇인가.

▲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동맹이 기여한 점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민주화로 볼수 있다. 그런데 민주화 자체와 남북관계의 변화 및 개선 등의 이유로 한미관계의 기존의 체제나 관계 전체를 다시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여러 견해가 표출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한미관계가 당연시했던 관계를 새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반미감정으로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이나 표현들도 나왔다. 참여정부 출범할 때 이런 것들이 집중적으로 표출돼 한미관계의 위기의식까지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후 1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어려웠던한미관계는 내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호전했고 성숙한 관계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 계기는 이라크 파병 결정이었다. 또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의 대미 우호 입장을 확신시켜줘서 한미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앞으로 한미관계는 동맹이 계속되고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을 보면 소련의 위협이 없어진 다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약화하거나 해체되는 대신 도리어팽창하고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미관계는 군사동맹 안보를 초월해 경제, 문화,외교 등 여러 면에서 입체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미간 쟁점 현안은 주한미군 재배치,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무역 현안등이 있다. 이 현안들에 대한 한미간 협상과정과 입장을 밝혀달라.

▲ 북핵문제는 전반적인 한미관계의 한 부분이다. 제2차 6자회담 이후 북핵문제는 그 자체로 굴러가는 현안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처음에는 우리쪽에서이것이 혹시 우리의 반미감정 표출에대한 미국의 반응이 아닌가 또는 미국의 대한안보공약 또는 안보능력의 감축 약화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전반적인 미국의 군사적 재배치 조정의 일환이고 미국의 발전된 전략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처음에 우려한 것은 기우였다는 것을 확신하게됐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미국이 시기와 규모면에서 불만을 갖고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이 애초에 희망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지난 몇달 동안 3천명추가파병 결정에 대해 나로서는 감사 표명 이외에 불만은 한번도 들은 일이 없다. 무역현안은 지금 몇가지 지적재산권이나 정부의 규제문제로 통상마찰이 예상되고 있는데 우리쪽에서 이 문제에 현명하게 공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 한미간 상호투자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스크린 쿼터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의 입장은 무엇이며 향후 타결 전망은.

▲ 다른 지재권, 보조금 문제와는 달리 미국이 이 문제와 관련해 압력을 가한다기보다는 우리가 BIT나 FTA를 원한다면 스크린 쿼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것은 두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BIT와 FTA를 한국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둘째는 스크린 쿼터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냐 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스크린 쿼터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기들의 집단이익만 생각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옳지않고 이 문제에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친미주의자로 규정하는 것도 건설적인 논의라고 볼 수 없다.

-- 북핵 6자회담은 어떤 상황인가.

▲ 지금 1차 6자회담과 2차회담이 다른 점은 2차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이 돋보이 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북한과도 대화가 되고 있고 미국, 일본과긴밀한 협의, 협조를 하면서 중국과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보다도 이 문제에서 하나의 방안을 마련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문제와 북한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나오는 가 하는 문제다. 대북 안전보장은 한미간, 미북간에도 이견이 없다고 본다. 북한의 안전보장 언급은 지난 2-3개월 동안 많이 줄었고 미국도 이 문제에 꽤 전진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과 북한의 핵동결시 (다른 나라들이) 상응 조치를 취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핵동결이 고농축 우라늄을 포함해 핵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이냐 하는 것도 문제다. 또 (성명이나 합의문에)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표현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 북한이 정말 미국을 안보위협으로 생각하나. 아니면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경제원조와 바꾸려고 하는 것인가.

▲ 북한은 정황으로 봐서 늦게봐도 80년대 후반부터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했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지금 단계에서 북한은 경제 발전을 하느냐 아니면 핵으로 억지력을 유지하느냐의 양자 선택을 해야 한다. 두가지를 다 할 수는 없다. 어떤 쪽을 선택할 지 알 수 없지만 선택 안했을 수도 있다. 1차때보다 2차때 북한의 태도가 핵폐기에 덜 부정적이다.

-- 3월초 반기문 외교통상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외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반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 있나.

▲ (반장관의) 확실한 부시 면담 일정은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봐서 반장관이 새로 장관이 됐고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한 협의도 필요하고 북핵 문제도 고 비에 들어섰고 하니 물리적으로 가능하면 부시 대통령이 만나리라고 생각한다. 부시대통령 면담은 미국 행정부도 항상 끝까지 약속을 못하는 것이다.

-- 주미대사로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 보람이라면 한미관계가 그 동안 상당히 좋아지고 본궤도에 올라섰다는 것이 다. 아쉬운 점은 한미관계가 나쁜 게 아니냐, 위기에 와있는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미국에도 한국에도 있는데 그에 대한 해명이나 설득이 어려웠던 것이다.

-- 팩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평화)에서 9.11 이후 전반적인 국제정세가변했나.

▲ 미국이 9.11 때문에 대량살상무기, 북핵 문제 등에 적극적 공격적으로 대처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것이 한반도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갖게 됐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일방주의적 모습을 보인것이 사실이다. 지금 그런 과정에서 장단점이 나오게 되고 부시 행정부는 차차 일방주의를 지양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정세가 9.11 이전에 팩스 아메리카나로 가고 있었다는 것은 미국 정책의 결과라기 보다 소련 와해 등 세계정세의 변화에서 오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 때문이었다. 그 후에 일방주의적 모습을 보인 것은 다른 나라들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기 보호를 위한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 부시 대통령은 3년반 재임 기간 그런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고 그래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다자회담을 강조하고 평화적 외교적방법을 강조하고 대화파인 파월 장관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 같다.

-- 파월장관을 평가한다면.

▲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 볼 때보다 실제로 알게되면 더 훌륭한 사람이 있다.파월 장관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줏대도 있고 정책이 굉장히 현실적, 융통성이 있다. 매우 스마트하고 지적이다. 한국에 대해 꽤 애착을 갖고 있다. 자신이 한국에서복무했기 때문일 뿐 아니라 한국 복무기간에 아주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같다. 그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는데 그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자기가 믿는 바를 강하게 관철하려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북핵 정책을 지금의 미국 상황에서 국무장관직이 어려운데도 확신과 용기를 갖고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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