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의 정부경제대표단이 지난 21일 리비아 방문길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 김광린 위원장이 이끄는 경제대표단은 '조선-리비아공동위원회'제15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한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으나 자세한방문 일정과 목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99년 11월 평양서 제14차 회의를 연 후 5년여 만에 재개되는 이번 회의에 서는 변화된 국제정세에 따른 양국 현안과 경제협력 확대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과 리비아는 지난 74년 1월 대사급 수교를 한 뒤 여러 차례 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어 ▲무역협정(75.1) ▲항공운수에 관한 협정(78.3) ▲문화협정(78.8) ▲경제과학기술 및 문화협조에 관한 일반협정(82.11) ▲수산협정(90.12) ▲무역협정(92.2) 등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번 경제대표단의 방문은 리비아가 지난해 12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 이뤄지는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북한과 함께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리비아가 WMD 개발 포기를 선언한 뒤 각종 제재조치 해제 및 대미 관계개선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고, 북한도 리비아를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대표단은 이번에 단순히 경제협력문제만 다루지 않고 미국의 경제제재해제와 지원 가능성, 서방국가들의 경제지원 등 WMD 개발 포기선언 이후 리비아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관찰'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번에 북-리비아 공동위원회 회의 수석대표를 종전의 대외경제위원장에서 북한 경제정책과 예산을 총괄하는 국가계획위원장으로 격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연구위원은 "북한은 리비아의 WMD 개발 포기선언을 알고 있으며 이번에 리비아측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리비아가 WMD 개발을 포기한 민감한 시점에 고위급을 파견한 것은 북한의 사고가 한층 유연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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