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하나다" /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 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 남모르게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 "조국은 하나다" / 권력의 눈 앞에서 / 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 / 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 / "조국은 하나다" /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 10년전 타계한 고 김남주(金南柱, 1946-1994) 시인의 시 ‘조국은 하나다’의 1연이다. 시인은 십수년 전에 이미 조국의 통일, 민족의 통일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도 꿈이 아닌 생시에, 남몰래가 아닌 공공연하게, 한번으로 부족해 계속 부른다.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래도 부족해 시인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을 열거하고 그 앞에서 당당히 외친다.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는 시인(詩人)이라기보다는 전사(戰士)였다. 그는 시를 통해 혁명을 노래했고 통일을 꿈꿨다. 그는 “해방투쟁의 최전선에서/...... / 펜을 들고 싸웠다 칼을 들고 싸웠다 / 무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고 나는 싸웠다” (‘혁명은 패배로 끝나고’ 중에서). 그에게 시는 무기였고 시라는 무기를 든 그는 전사였다. 그는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전사로서 감옥(1979년)에 갔고 감옥에서조차 시를 쓰는 것으로 투쟁했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시인의 문학정신과 넋을 기리는 추모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다. 전남 해남의 생가와 김남주 시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의 시 세계와 삶의 궤적을 그린 ‘김남주 평전’이 발간되는 등 활발한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민족시인 김남주기념사업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 김남주 해남기념사업회, 5ㆍ18기념사업회 등과 함께 ‘김남주 10주기 추모행사위원회’를 구성, 그의 영혼과의 만남(13~15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무슨 시대인가. 혁명이 없는 시대, 아니 혁명을 잃은 시대인가. 민족의 통일이 훼손되는 시대, 그보다 민족의 통일을 훼손하는 시대인가. 10년전 먼저 간 그의 공백이 너무 크다. 저승에서 그는 무슨 무기를 들고 혁명투쟁을 하고 통일투쟁을 할까. 해맑은 눈빛과 하얀 치아의 그가 계속 외치는 것 같다. “조국은 하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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