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간부들의 문제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를 둘러싸고 전혀 다른 두 가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관계를 보다 자주적으로 정립하고 보수적 관료들의 '일탈'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군사정권' 시절과 같은 보복성 조치이며 차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 같은 양쪽 주장의 선봉에 서 있다. 열린우리당의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의 발언과 한나라당의 이강두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신기남 의원은 "이들은 매사에 대미 의존적인 외교행태를 보이며, 주한미군의 지역군 역할 확대,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에 있어서 새로운 한미관계의 정립이라는 외교적 과제에 대한 고민 없이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고 문제된 외교부 간부들을 비판하고, "이들이 이런 외교를 주도해 오니, 참여정부의 외교가 대미 사대주의 노선이라는 공격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친미주의적 외교활동 때문에 북핵문제의 해결 관련 국제메카니즘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고,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햇볕정책의 후퇴로 비추어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 의원은 "새로운 시대의 외교적 과제를 추진하려는 참여정부의 노력을 가로막아온 이들 외교라인 내 기득권세력, 특히 북미국 라인은 시급히 교체시켜야 한다"며 "외교라인에서 들어내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강두 의원은 "NSC는 '자주외교'를 주장해왔으며 국민이 우려하는 좌경화된 노선으로 운영돼왔다"며 "NSC와 정부의 두 축으로 안보문제 등을 풀어가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NSC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각 부처 입장은 전혀 관철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외통부 입장은 한미간 우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NSC는 '자주외교'를 주장해왔으며 국민이 우려하는 좌경화된 노선으로 운영해왔다. 이게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인적교체를 포함 NSC 개폐 수준으로 NSC를 개편해야 한다"며 "NSC를 움직이는 사람은 이종석 차장"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이런 엇갈린 주장은 언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등 진보적 언론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적 언론이 사설 등을 통해 전혀 다른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13일 한겨레신문은 '외교부 관리의 묵과할 수 없는 행태'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외교관 사담까지 엿듣나'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측의 대미 '굴종적' 외교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외교통상부 내의 북미국과 조약국간의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둘러싼 이견과 잡음에서 촉발된 파문이 NSC와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친미보수와 자주개혁 세력간의 총력전 양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문제의 본질이 NSC와 북미국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북미국의 입장은 사실상 NSC라는 '배후'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에 불과하므로 문제가 있다면 NSC부터 손봐야 하는데 만만한 외교부의 한 부서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로 보이는 사전정보의 유출이 있고 때로는 결정된 정책의 세부정책을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의 유출이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인사를 통해서 위치를 바꾸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해법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수행의 걸림돌이 북미국이 됐건 NSC가 됐건 그간 노무현 정부의 대미 외교안보정책이 갈지자 걸음을 반복해 온데 대해 환부를 수술하거나 도려내고 일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단 그 과정이 투명하고 형평성 있게 진행됐을 때 더 많은 설득력을 가질 것이며,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책임자들부터 먼저 자신의 언행과 행보를 되돌아보는 자성의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나 이라크 파병, 미대사관저 신축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문제가 불거졌고 파문이 번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개혁의 기회이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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