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북핵문제는 우리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최대 화제였다.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3자회담, 6자회담 소식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고 특히 강성으로 알려진 미국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 관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중계하다시피 다루어왔다.

그러나 정작 북핵문제의 당사자인 북한과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보도나 논평 등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보도되거나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90년대 중반에도 똑 같이 경험한 바 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홍수와 가뭄으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모두가 북한의 붕괴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으로 만 알았다. 그러나 2004년 현재까지 북은 미국과 북핵문제로 아직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만큼 북은 우리에게 너무 가깝지만 너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정성장,백학순이 공저한 책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
세종연구소에서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이라는 100쪽이 채 안되는 자그마한 단행본이 나왔다. 김정일 시대의 대내외 전략을 이 연구소의 정성장, 백학순 연구위원이 나누어 정리한 책으로 부피는 가볍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먼저 정성장 박사는 김정일의 대내전략을 '북한 지도부의 위기 인식과 주체사상', '정치적 안정성 유지 전략', '경제 재건의 전략'으로 나누어 다뤘다.

정 박사는 김정일 시대의 주체사상 담론을 90년대 초반 '우리식 사회주의', 90년대 중반의 '붉은기 사상'에 이어 90년대 후반이후 '강성대국론'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 모든 담론들은 주체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강성대국론이 주체사상을 대체하거나 선군사상이 당의 우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경제에 있어서도 실리위주 원칙이나 과학중시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우리식'과 자력갱생 원칙이 여전히 함께 강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김정일 시대에 정치체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경제적 변화의 폭은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일의 대남전략과 대외전략을 분석한 백학순 박사는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을 목표와 환경, 자원, 전략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지난 10년간 중요한 전략적 선택 3가지를 예시했다.

즉 90년대 초반 라진.선봉 자유무역경제지대 창설과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미.일과의 접촉 등이 첫 번째 전략적 선택이었으며, 두 번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북미공동코뮤니케 발표 등이며, 세 번째는 2002년 후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신의주, 금강산, 개성 특구지정과 조일평양선언 등이 그것이다.

필자는 이중에서도 세 번째 전략적 선택은 처음으로 '대내 부문'에서의 의미있는 변화로서 성격상 자본주의적 요소들의 도입이며 혁명적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21세기에 '사회주의체제 보존'과 '김정일 정권의 유지 및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대남전략으로는 남한이 한미일 3국 공조에서 민족공조를 강화하도록 하고 대외전략으로서는 북미, 북일관계의 정상화와 핵카드를 비롯해 '21세기 대외생존의 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어느정도 이 목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책의 값어치는 필자인 정성장, 백학순 연구위원이 이 분야에 있어서 오랜 연구성과들을 쌓아온 전문가이며,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얽매이지 않고 학문적 접근으로 김정일 정권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짧은 글로 모든 내용을 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으며, 두 전문가가 대내전략과 대남.대외전략을 나누어 기술함으로써 일관된 논리체계를 가질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격변을 예고하고 있는 2004년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짚기 위해 짧지만 핵심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유효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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