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콩농사를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이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적'을 곁들인 콩농사 장려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콩농사 관련 보도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게재 빈도가 잦아진 것이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6일 '콩농사를 적극 장려하자'는 큰 제목 아래 '유리한 점이 많은 콩농사' 등 3건의 기사를 게재한 데 이어 20일에도 '콩농사 준비를 빈틈없이'라는 제목으로 협동농장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같은 달 28일에도 평안북도 당위원회와 농촌경리위원회가 내년에 콩 재배면적을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종자준비, 재배지 선정, 관개수로 확보 등의 작업을 추진중이라고 전했고 앞서 27일에는 삭주군의 성공사례가 크게 보도됐다.

특히 지난 1일 발표된 올해 공동사설은 두벌농사(이모작)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제한 뒤 "콩농사에도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콩농사가 다목적 카드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우선 콩을 통해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먹는 기름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기름을 짜낸 찌꺼끼인 콩깻묵은 축산과 양어에 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특히 콩의 특성상 생육기간이 짧은 품종이 많아 기본그루는 물론 뒷그루(후작), 사이그루(혼작 또는 간작) 등이 가능한 '전천후' 작물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공기 중의 질소를 뿌리혹균에 저장하는 콩과(科) 식물의 질소고정능력은 대대적인 이모작으로 약해진 지력(地力)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는 작년 10월 발표한 2003-2004년 북한 식량수급 평가 보고서에서 "지력이 소진된 토양에 벼 또는 옥수수에 이어 밀이나 보리를 이모작 작물로 재배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농법이 되지 못한다"면서 "콩과 식물을 윤작체계에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경제적인 비교우위를 내세우기도 한다. 노동신문 12월6일자는 콩농사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콩은 강냉이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에 밀보리의 뒷그루로 심어 수확고를 높이면 품이 많이 드는 강냉이농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기후와 지형에 큰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북한내 농업 취약지인 량강도를 비롯,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도 경작이 가능하다고 북한은 설명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알곡 생산이 어느 정도 호전된 상황에서 단백질 섭취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떨어진 지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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