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유엔본부 2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92년 김영남(金永南)외교부장 이후 북한의 외교책임자로서는 7년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한 백남순은 준비한 원고를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회견에는 기자 30여명이 참가했다.

▽북한의 현상황〓5년째 계속된 경제적 난관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회복의 전환기에 들어섰다. 일부에서 조기붕괴를 예언했지만 우리는 붕괴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졌다.

▽남북관계〓한반도에 항시적 긴장과 불안이 조성되는 근본적 이유는 통일되지 못하고 외세가 깊숙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에 기초해 북과 남의 사상과 제도가 공존하는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을 실현하려 한다. 남조선 당국의 햇볕정책 포용정책은 우리 제도를 변화시켜 자유민주주의체제에 흡수통일시키려는 위험한 모략이다. 북과 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

▽북―미관계〓지금의 조―미(북―미)관계는 적대관계다. 미국은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우리와 군사적 교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텅빈 공간을 지하핵시설로 의심하고 위성발사를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문제시하는 것은 우리를 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적어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한 우리가 미국과 추종세력의 집단적인 적대적 강권정치에 맞서 자주권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라도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이제라도 신의를 보인다면 우리도 평등과 호혜의 원칙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겠다. 미국이 현시점에서 신의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도는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른 자기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뒤늦게 부분적으로나마 조―미 기본합의문 이행을 위한 긍정적 조치(대북 경제제재 일부 완화)를 취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그것이 실천에 옮겨지기를 기대한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미 고위급회담을 진행할 것이며 회담기간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다.

▽일문일답
―북―미 회담이 끝나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
“미사일 문제는 주권국가인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속한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보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보면 발사하지 않을 것이다. 회담결과를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보여야 할 신의는 무엇인가.
“미국이 우리의 자주권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신의있게 우리를 대할 것,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른 의무로 우리에 대한 제재조치를 전면철회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행동으로 이행해야 한다. 조―미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며 남조선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에 응할 용의는….
“우리는 관계개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하게 일본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 일본이 과거의 죄행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할 의지가 있다면 국교정상화 회담에 응할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과거청산 의지에 달려있다.”
―핵활동은 동결됐는가.
“우리는 94년에 체결된 조―미 기본합의문에 따라 철저하게 핵동결을 진행했다.”
―북한측의 책임은 없는가.
“우리는 항상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기 때문에 도발하는 것이 없다. 미국은 조선반도 주변에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다놓고 있지만 우리는 미국에 핵무기나 미사일을 갖다놓고 있지 않다. 지난해 8월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1호를 우리의 힘과 기술로 궤도에 진입시켰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과학연구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를 미사일 발사라고 우겨대면서 미사일 위협을 떠들고 있다. 일본의 견해대로라면 일본이 쏴올린 인공위성 수십개에 대해 우리는 일본이 우리를 위협하기 위한 수십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동아일보 199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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