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두(서울 당곡고등학교 교사)
 

저는 교직에 들어선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랍니다. 지난 3월 설레는 마음으로 교문을 들어서며, 막연한 자신감과 막연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새내기 교사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생활들이었습니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새내기 교사가 담임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36명의 학생들과 1년을 어떻게 보내야 될까? 오늘은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뭐가 이렇게 해야하는 일이 많은지... 시험문제 한 문제 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이렇게 제 앞에 놓인 일들만 쫒아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제가 남긴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 혹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저의 마음 한구석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을 보게 되었습니다. 참교육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선생님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선생님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의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개를 들어 내가 살아가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우리 사회는 참으로 많이 변하였습니다. 예전에는 꿈에서나 그리던 북녘 땅을 누구나 갈 수 있고, 남녘 땅에서 남북의 선수와 응원단이 함께 웃고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에 의해 감히 상상도 못했던 남과 북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유심히 주변을 둘러봅시다. 미선이 효순이가 미군의 탱크에 처참하게 깔려 죽은지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미선이 효순이를 죽인 살인범 미군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 광화문, 시청 앞을 가득 메우고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을 추모하며 `소파 개정, 주한 미군 철수`를 외치는 자주 평화 촛불 집회는 1주년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주한 미군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아무런 명분없이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우리의 젊은 청춘들을 파병하려는 살인 계획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서슬퍼런 칼날은 아직도 우리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송두율 교수의 구속, 범민련과 한총련의 이적규정,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의 연행 등 반통일적인 일들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테러방지법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까지 이야기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북미간의 대립은 여전히 한반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오만한 미국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할 것입니다.
 
지금이 6.15시대임은 틀림없습니다. 열린 공간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이야기하며, 남과 북의 만남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열린 공간을 너무나 즐기고만 있었습니다. 그 동안 반통일.수구세력들은 자신들의 힘을 최대한 결집시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로 싸움에 덤벼드는 반통일.수구세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제 우리도 다시금 결의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열린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비록 앞에 놓인 일이 많긴 하겠지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봐야 할 때입니다. 아직 반통일.수구세력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615시대는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개척해 나가는 시대일 것입니다. 새내기 교사의 부족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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