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하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11월30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의 고속도로에서 한국기업체 직원들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라크 전쟁 발발이후 한국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같은 지역에서 일본인 외교관 2명이 피살 당한지 하루만의 일이다. 그간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에 대한 공격 차원을 넘어 그 동맹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일본 등으로 공격 대상을 확대해왔다. 이는 이라크 저항세력이 미 동맹군의 자금과 병력 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이번 한국인에 대한 공격도 우리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철회하지 않은 것에 대한 표적 테러로 보인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이번 대(對)한국인 표적 테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무장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격하는 것은 그 목적과 이유를 떠나 질 나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고 무엇보다도 이라크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이라크 저항세력을 탓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기에 그에 앞서 우리 정부를 채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전이 미국의 명분없는 침략전쟁임은 이제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민족과 국민이 그 침략전쟁 앞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이라크국민과 저항세력이 미국의 침략전쟁에 맞서 저항투쟁을 하고 식민지투쟁에 맞서 해방투쟁을 하고 또 정규군에 맞서 게릴라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군이 침략군이자 점령군인 판에 그 미국의 동맹군이 아무리 평화유지군이니 다국적군이니 재건부대니 하며 포장해 봤자, 이라크 국민의 눈에는 똑같은 침략군이자 점령군으로 비쳐질 뿐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인에 대한 최초의 공격이자 무엇보다 표적 테러이기에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당국의 상황인식과 대처방식은 안이하다 못해 불안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이번 테러는 군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테러라는 점에서 더욱 더 용납해선 안되는 비인도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는 남 얘기할 때는 맞을지 모르지만 제 얘기할 때면 전혀 상황에 맞지 않는다. 눈에 뵈는 게 없는 전시 상황에서 민간인과 비민간인을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라크 입장에서는 `미군과 그 동맹군인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지 않겠는가? 또한 라종일 국가안보 보좌관도 1일 이번 표적 테러사건을 "추가파병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이라크 추가파병과 표적 테러가 연계됐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연계짓지 않으려는 것은 상황을 잠시 피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번 표적 테러사건을 두고 이라크 현지 국회 조사단장인 한나라당 강창희 의원이 "이라크내에서 고속도로 테러 사건은 흔한 일"이라고 말한 것은 인명경시사상에다 대안부재를 드러내는 천박한 사고이고 또 일부 보수성향 단체들의 "이라크 파병의 필요성을 보여준 역설적인 사건"이라는 주장은 억지 차원을 넘어 `나만은 괜찮다` 식의 역설적인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이번의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폭력과 살상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호기를 넘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행위이고, 이 기회를 빌미로 `파견될 군인의 안전을 위해 전투병 파병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일부 주장 역시 상황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적인 행위일 뿐이다.

또한 정부가 파병 시기를 다소 늦추거나 파병 성격을 바꾸는 등의 꼼수로 상황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이번 표적 테러사건은 더 큰 테러사건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국익이자 정부의 1차 임무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저항세력의 대(對)한국인 표적 테러사건의 교훈은, 우리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하라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일단 정부 당국은 제2의 표적 테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라크 현지 교민의 보호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라크 파병결정을 재고하기 위한 진지한 여론수렴에 들어가야 한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도 삼가 애도를 표하며 그리고 부상자들이 쾌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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