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평양 방문을 모두 마친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은 18일 가족들의 눈물의 환송을 받으며 `부디 오래 오래 사시라`고 기원하고 또 기원하면서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되돌려 평양과 서울땅을 다시 밟았다.
떠나 보내는 양측 가족들도 `이제 가면 또 언제 보나`라면서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복 받치는 설움에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내며 통곡했다.
장충식(張忠植)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류미영(柳美英)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이산가족 방문자 100명, 수행원 30명, 기자단 20명 등 151명씩으로 구성된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이날 오전 서해직항로를 거쳐 평양과 서울로 각각 귀환했다.
서울에 온 북측 방문단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오열하는 남측 가족들과 끌어안고 석별의 정을 나눈뒤 버스편으로 9시9분께 김포공항에 도착, 간단한 출국절차를 거친뒤 오전 10시8분 대한항공 KE 815편으로 되돌아갔다.
남측 민항기가 서행직항로를 통해 서울-평양을 오간 것은 북측 고려민항이 지난 15일 평양-서울을 비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분단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류미영 북측단장은 떠나기에 앞서 `서울 출발 성명`을 통해 `우리 민족은 화해와 통일에로 향한 귀중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방문단 교환으로 북남 공동선언 리행의 첫 시작을 훌륭히 장식한 자부심을 안고 민족의 단합과 조국통일의 숭고한 위업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강영원(66)씨는 떠나기 앞서 워커힐 호텔 광장에서 9순의 어머니 박보애(90.전북 전주)씨와 꼭 끌어안고 `부디 건강하세요`라고 건강을 기원한 뒤 어머니를 업고는 이별의 회한을 달랬다.
또 북측 방문단중 어머니 생존을 확인하고도 만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량한상(69)씨는 이날 새벽 4시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어머니 김애란(87)씨와 극적으로 상봉, 30여분에 걸친 짧은 재회를 안타까워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평양을 방문한 남측 방문단도 같은날 오전 고려호텔 로비에서 북측 가족들과 잠시 만나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달랜 뒤 순안 비행장으로 이동해 오후 1시5분께 대한항공편에 탑승, 되돌아왔다.
남측 방문단은 50여분만인 오후 1시 58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곧바로 흩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장충식 단장은 서울에 도착한 뒤 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간 정치, 경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핏줄이 만나 피차 충격을 줄 수 있었으나 이해하며 방북자들도 대단히 만족했다`전제하고 `앞으로는 비용이 덜 드는 방향으로 상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북단 의료진으로 참가해 방북기간에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고(故)장기려 박사의 차남 장가용(65.서울의대 교수)박사도 `한마디로 감회가 깊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연합 (200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