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인근 학교 교사들 중 통일문제를 함께 공부해 보고 싶어했던 몇 분들이 모여 전교조 북부지회 통일교사모임을 만들었습니다. 2000년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성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들이 너무도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와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반미 촛불 시위,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승리의 흥분과 기대로 출범한 노무현 정권. 이 모든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 새롭게 변화해 가고 있는 이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주로 사회, 역사, 도덕 교사를 중심으로 하여 10여 명의 교사들이 모임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국어교사, 영어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모임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연령층도 다양하여 20대의 젊은 교사들과 50을 바라보는 교사들까지 모여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 이제는 서로에게 익숙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젊은 교사들은 참신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우리들을 가르치며, 연세 드신 교사들은 세상을 보는 넓고 깊은 눈으로 우리들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1년쯤 공부하고 나니 서로의 눈 높이가 많이 비슷해진 듯합니다.
어김없이 2주에 한 번 씩은 서로의 얼굴을 보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체계적인 공부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각자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제안하거나 통일관련 좋은 글들을 찾으면 서로에게 자료를 보내고 진지하게 토론해 왔습니다. 때로는 전문가를 모셔서 강의도 들으면서 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어떤 강좌는 우리 통일 모임에 국한시키지 않고 일반교사들에게도 개방하여 보다 많은 교사들이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임을 가지면 가질수록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짐을 느낍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교육부는 통일교육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권장`일 뿐입니다.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과 `통일 문제에 대한 전망`을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주체로 서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 할 소양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지요. 그저 없는 것보다는 낫고, 갖고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육부나 정부 차원의 한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일교육의 실태를 보면 무엇보다 우리 교사들의 의식이 실제 우리에게 닥쳐있는 정세와 과제에 비해 너무나 안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 역시 이전까지는 수업을 하면서 통일교육에 대한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아이들을 지도해왔습니다.
그러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를 볼 때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통일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통일교육 수준으로는 아이들이 그 과제를 풀어갈 준비 없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그래서 한 편에서는 마음이 조금 다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전교조 북부지회 통일교사모임은 우리들이 공부한 것을 우리들만의 것으로 묶어두지 말고 다른 많은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공유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로 생각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에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통일관련 재량활동이나 계발활동을 적극적으로 맡아 운영하며, 여건이 되면 지회 홈페이지에 통일방을 만들어 운영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12월 4일 전교조 북부지회 참교육 실천 발표회에서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고 통일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제 우리들은 통일교육운동의 작은 걸음, 그러나 여럿이 함께 가는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으려 합니다.


할 일이 참 많습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