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옥규(인수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이라크에 우리 군인들을 왜 파병해야 되나요?”
“선생님, 비전투병이 가는 것이 좋아요, 전투병이 가는 것이 좋아요?
“선생님, 전투병이 가는 것이 더 좋죠?”
“아니야, 비전투병이 가는 것이 좋아..”
“말도 안돼, 이라크에 우리 군인이 가서 죽을 이유는 없어. 선생님, 안가도 되는 거죠?”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교탁 옆에 달라 붙어서 저에게 질문과 자기의 의견을 쏟아낸다.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을 가르치다가 올해는 6학년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일이 종종 생긴다.

아이들의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뒤로 한 채 화장실 가는 척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버린다. 솔직히 몰라서 설명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괜한 이야기로 학교에서 물의를 일으킬까봐서 이야기를 회피하게 된다.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지난 3월 반전수업을 했다고 학부모가 교사를 협박하고 고발하는 일이 있었다. 또, 며칠 전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파병반대 집회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공문을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TV토론 등에서도 `아이들은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현실 정치 문제를 가르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현실에서 쟁점이 되는 내용을 가르칠 때는 교육부의 검사를 받아서 하라고 한다.

나는 스승에게 진실을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의 맑은 눈빛을 회피하는 부끄러운 교사다.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 너무도 부끄러운 교사다. 어쩌면 정부는 우리 교사들 모두를 부끄럽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좋은 교사고 반대하는 입장을 말하면 나쁜 교사로 규정하는 것 같다.

아마 그들은 국가와 조국, 정부 이런 것들은 모두 동의어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의 정책은 국가나 조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으나 잘못된 것도 있다는 가정을 왜 안 할까? 정부의 입장은 가치 주입식 교육을 권장하면서, 그와는 다른 입장은 학교에서 논의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교사는 정부와 교육관료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현실의 삶에 대해서 학교에서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것들만 가르칠 수 있는 것일까?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목적 중의 하나가 `사회화`이다. 그럼, 무엇이 `사회화`인가? 이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보고, 자신의 삶과 조국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사회화가 아니란 말인가? 교육이 문화적 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순수한 학문인 것처럼 설명하려는 거짓말쟁이들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먼 훗날 나의 아들딸이 "아빠! 예전에 우리 나라 군인들이 미군을 대신해서 이라크에 가서 많이 죽었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아빠는 그때 학생들에게 뭐라고 가르치셨어요?"라고 물어올까봐 두렵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는 나의 대답에 대해서 우리 아들딸은 가치중립적인 지식인이었다는 평가를 해줄까? 아빠는 `비겁자`라는 단어가 내 아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는 않을까? 두렵다.

이제는 비겁자로 살아남고 싶지 않다. 이제는 자유로운 교사이고 싶다. 솔직한 나의 생각을 말하고 아이들과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싶다. 우리의 아이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해가기 위해서라도 위선의 가면을 집어 던져버리고 아이들과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제자들이 더 이상 무의미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내일 당장 우리반 아이들에게 가서 이야기하련다.

"이/라/크/파/병/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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