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답방과 관련,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남북 간 대화는 하고 있지만 날짜에 관해서는 구체적 시기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답방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 간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사실상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최근들어 국내에서는 김 위원장 서울 답방에 따르는 경호, 의전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북측 특사`가 비공개로 서울을 방문했다는 설이 나돌아 남북 간 물밑접촉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 간 비공개 접촉의 진전상황이나 `북측 특사` 방문설의 진위에 대해 정부 당국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로서 김 위원장의 답방에 깊이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김용순 비서가 지난달 보인 행보는 이와 관련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비서는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이뤄진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上海) 방문을 수행하지 않았다.

김 비서는 지난해 5월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는 수행원에 포함됐으며 방중 기간에 김 위원장을 대신해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 비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신임, 북한 지도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등을 고려할 때 그가 김 위원장의 `상하이 구상`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김 비서는 당연히 나타나야 할 자리에도 나오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금강산 사업 납입대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금강산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 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평양 방문도 못했고 특별히 주목받는 인물과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으로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북측 책임자인 김 비서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김 위원장이 상하이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평북 신의주시 경공업 공장을 현지지도할 때도 수행원에 끼지 않았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이뤄진 신의주시 현지지도 때는 중국 방문 수행원이었던 연형묵 국방위원회 위원, 김국태 당 중앙위 비서, 박송봉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외에 새로이 장성택.김히택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합류했으나 김 비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상하이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신의주시를 시찰할 정도로 큰 비중을 둔 현지지도 행사에 김 비서가 빠진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비쳐졌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 동안 `잠행`했던 김 비서는 지난달 31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책 사망 50주년 중앙추모회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일 중앙추모회의 주석단을 소개하면서 김 비서가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떠돌고 있는 설에 따르면 `북한 특사`가 지난달 21일 서울을 방문, 김 위원장 답방 준비를 협의했다는 것이다.

이 설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지난달 중.하순에 김 비서는 상하이에도 가지 않았고 금강산을 찾아 온 김 현대아산 사장도 만나지 않은 채 어디에선가 다른 일을 보고 있었던 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연합뉴스 정일용기자 200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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