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냉전시대였다. 북한을 적, 괴수로 규정하던 시절이었다. 정치적인 경쟁자도, 권리를 주장하던 노동자도, 독재정권 물러가라는 대학생도, 모두 빨갱이로 몰려 고문당하고 의혹에 싸여 죽어나가던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빨갱이라면 이 땅에서 발붙일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세상이 싫어 나머지 반쪽의 조국을 찾았던 학자였다.  그 당시의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정권에게 세뇌된  북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만약 거기에서 자유롭다면 그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동정심 때문인가?

그 이후 그는 수십년 간 조국 땅을 밟을 수가 없었다.
냉전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세상은 달라진 듯 보인다.

2000년에 우리 대통령이 방북을 했다. 가서는 괴수의 수장과 다정한 포옹을 했고, 성격파탄자 혹은 정신 이상자인 줄 알았던 그의 호탕함을 연일 언론은 찬양했다. 그리고는 이전의 정권과는 달리 통일에 대한 여러 가지를 합의하고 진심으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그래서 남북의 장관들이 서로 만나 의논하고 막혔던 길을 연결하고 금강산도 부족해 이제는 평양관광까지...... 우리 교사들은 북의 제자들에게 종이보내기 운동을 하였고 이번 여름방학에는 120여명의 교사들이 북에 갔다 왔다.

그런 달라진 세상에 그는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고도 어렵사리 조국을 찾았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묘소 앞에서 오열하는 그의 모습이 참 가슴 아팠다. 분단의 역사가 한 개인의 삶을 저리도 황폐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에  내 가슴이 젖어 들었지만  그는 결국 구속되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참 대단한 법이다. 이미 6.15 공동선언을 하면서 그 의미를 상실한, 있어도 의미없는, 아니 어서 빨리 폐지되어야 할, 지금의 시대와는 화합할 수 없는 바로 그 법을 위반했단다. 그 법은 아직도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북을 이롭게 한다면 죄가 된다는 법이다.

그 법속에는 이미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씨가 말라 버렸다.
지금의 시대와는 어울릴 수 없는 그 법이 아직도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왜 송두율 교수만 구속하는가? 

우리 모두 국가 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다.  적의 최고 수반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행복하게 포옹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를 미화했던 언론들과 지금도 북한의 장관들과 만나고 있는 남한의 장관들, 또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기업인들, 그리고 북한의 응원단에 그리도 열광하며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던 국민들 모두가.....

그리고 특활시간에 통일교육을 수도 없이 하면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북한이 남한과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고 교육하는 우리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송두율 교수를 구속하는 이 나라에서 어떤 통일교육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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