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섭(서울 오륜중학교 교사)


부시 : (따르릉릉) 어이, 이지맨 이라크에 한국 전투병 좀 보내 줘!!

노무현 :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고 있네, 우리 젊은이들은 너희가 먹다가 체해 내 뱉은 음식물이나 치우는 존재들이 아니야, 조용히 나오든지 아니면 너희 식구들에게나 알아봐.(딸깍)

나는 이러한 당당한 나라에 살고 싶다.

어릴적 나에겐 꿈이 없었다. 아이들은 장군이니 대통령을 얘기할 때 나는 `왜 저런 말을 하지 못할까`라며 내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대학에서 빛고을 `광주`를 알게되고 우리 사회에 대해 눈을 뜨게 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교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1986년 가을에 동작교육청의 국사봉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학교 이름이 생소해서 묻고 물어 찾아간 학교는 봉천동과 상도동이 마주한 자그마한 산 중턱에 있었다.

정치계 거물이 산다는 여유 있는 동네와 서울에서 가장 열악한 삶을 살아가는 달동네 아이들이 반반씩 학급을 구성하였다. 학급에는 빈부 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주 토요일이면 학교 옆에 있는 국사봉에 학급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 같이 밥 먹고 운동하고, 시험 때가 되면 함께 공부하였다.

아울러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와 명령만 존재하고 침묵의 문화가 흐르는 있는 교무실 분위기에 `교사`란 존재의 참된 의미를 새기고 싶었다.

이때부터 교사인 나에게 학교 교육의 변화가 가장 큰 꿈이 되었다.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선생님들과 독서모임이나 학급운영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고, 전교조에 참여하여 교육민주화와 참교육을 꿈꾸었다. 학급에서는 야영과 체육문화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학급 일은 학생들과 함께 상의하는 민주적 공동체를 지향하였다.

그사이에 우리 사회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대를 거쳐 김대중 정부로 접어들었고 교육에만 신경을 써왔던 나에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6.15선언 때문이었다.

6.15선언의 의미와 선언이 이루어진 배경을 알게 되면서 내 자신이 너무나 사회문제와는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중요한 사회적 문제는 방송매체를 통해 머리로만 이해된 채 교육문제 다음으로 분류되고 취급되었다.

그러나 6.15선언은 나의 삶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교사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교육문제를 풀어가려고 한 나의 꿈은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교육에 몰두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학교 현장은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해 나는 한참을 고민했어야 했다.

그리곤 그동안 활동을 뛰어넘어 좀더 큰 꿈을 품고 활동해야 함을 깨달았다. 나는 곧장 통일활동으로 향하였다.

최근 멕시코 칸쿤에서 목숨을 던진 이경해 농민의 죽음에서부터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이민박람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서로 제 나라를 떠나려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과연 자신의 영역만을 움켜잡고 그곳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교육과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어디 이뿐이랴. 미국의 정당치 못한 이라크 공격으로 파생된 전투병 파병문제에 노무현정권이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국민 여론의 열망과는 달리 조금씩 파병행보를 밟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강대국에 맞서 할말을 하는 당당하고 민주적인 정부를 세우지 못하는 한 우리 국민은 계속적으로 굴욕감을 맛보아야 하리라 본다.

나에게 있어 통일의 꿈은 갈라진 민족이 하나되는 것이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통일의 과정에서 분단을 먹고 민족의 하나됨을 방해해온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벽인 외세와 수구세력을 극복하는 일인 것이다.

이는 그동안 겪어온 굴종과 오욕의 세월을 날려버리고 강대국 앞에서도 할말을 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 보며 이러한 사회에서만이 제대로 된 교육이 꽃피지 않을까 한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지휘권을 돌려 받고 6.15방식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세상.
사회의 정신적, 물질적 부를 생산하는 민중이 주인 대접을 받는 세상.
교육의 총체적 방향이 개인들간의 이전투구가 아니라 제 나라를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함으로써 개인적 삶도 빛나는 교육.
관료들과 재단의 지시와 명령에 따른 일방적인 학교운영을 넘어 교육주체간의 협의와 토론을 통해 업무가 결정되는 학교.

이러한 나의 꿈은 언제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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