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아태평화위가 기존에 추진해 오던 남북 협력사업만 관여하고 본래 창설 목적인 미일 등 미수교국과의 민간외교에 주력하도록 하는 한편 민화협이 대남 민간부문 교류협력의 창구로 기능하도록 역할을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과 접촉이 잦은 남측 관계자는 8일 `아태평화위가 금강산관광사업 등 기존에 추진해 왔던 사업만 마무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남북 접촉이 자주 이뤄지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최근 들어 아태평화위 관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민화협이 대남 접촉 창구가 될 것`이라면서 `아직 민화협이 베이징 사무실을 개소하지 않아 민화협 관계자들도 만나기 힘들어 지금은 남북 간 민간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남북 간 접촉사례를 볼 때 아태평화위 대신 민화협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태평화위는 주로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등장하고 있으며 그 밖의 민간부문 남북 교류협력사업에는 민화협이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민화협과 추진한 `춘향전` 공연은 성사된 반면 아태평화위와 협의했던 `밀레니엄 통일 신년음악회`가 무산된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민화협 초청으로 지난 1일과 2일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전북 남원시 창극단의 `춘향전` 공연은 올들어 첫번째로 이뤄진 남북 민간협력사업으로 기록되게 됐으나 이보다 앞서 당초 지난달 10일로 예정됐던 `통일 신년음악회`는 북측 사정으로 어렵다는 아태평화위 관계자의 설명에 따라 무산됐다.
민화협 인사들은 남북 장관급 회담, 이산가족 교환방문, 백두산 관광단 방문 등 남북 간 각종 교류협력 행사에 수행원, 안내원 등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4-5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단장을 맡은 김령성 최고인민회의 참사는 민화협 부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민화협은 지난 98년 6월 북측 정계, 사회 문화계, 종교계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결성됐으며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통일을 바라는 남조선과 해외 여러 단체 및 인사들과의 내왕과 접촉, 대화와 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결성취지를 밝혔다.
북측 민화협은 남측의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유사한 기구라고 할 수 있다.
민화협 결성과 거의 동시에 등장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회장 정운업)는 대남 교류협력 가운데 특히 경제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것으로 민화협과 역할 분담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부터 김영신 무역성 부상 대신 허수림 민경련 총사장 겸 무역성 광명성지도국장이 북측 대표로 참가하는 등 민경련 인사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연합뉴스 정일용기자 2001/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