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전교조 서울지부 총무국장)


“어디서 일하세요.” “전교조요.”
“교사인가요.” “아닌데요.” “아 예.”

교사가 아니면서 대학졸업 후부터 그러니까 새파랗게 젊은 시절부터 선생님 소리를 듣고 전교조에서 일을 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난 교사가 되고 싶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전교조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난 내년이든 그 다음해이든 농촌에 내려가 참 농사꾼이 되려고 하는 고민에 쌓여있다. 그런데 난 직업으로 인해 생긴 정신병처럼 자주 내가 정말 교사인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때가 언젠고 하니 첫 번째가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이야기할 때이고 두 번째가 통일하면 통일운동보다는 통일교육이 내 머리를 먼저 스치고 지나갈 때이다.

사실 `통일교육 이야기`에 내가 교사이든 교사가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통일운동이 모두 통일교육이며 통일교육이 곧 통일운동이 아니겠는가?

“어디사세요.” “용산이요.”
“용산 어디요?” “미군기지 담벼락 옆에 삽니다.” “아 예.”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의 중요한 설명을 자주 이렇게 한다. 많은 이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일까?

운치있는 덕수궁 담벼락이 아닌,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을 끼고 밥먹듯이 오가다 보면 저 안에는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난 알지 못한다. 담벼락 안을 내 맘대로 들여다볼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그곳은 철옹성이다. 거기 주소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서함 몇 번지라는 둥, 백만평 가까운 엄청난 넓이 라는 둥, 식민지가 아니고서야 서울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이렇게 자릴 차지하고 있을 수 있겠냐는 둥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꽤나 들었을 법하다. 

그 담벼락 주위에는 남의 나라를 지켜주는 세계최강국의 군대를 지키고자 자국의 시민들을 감시하는, 보호받는 우리나라의 젊은 전경들이 즐비하게 오가며 오늘도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를 교육하는 것들.

“육자회담을 왜 하는 거냐?” “아시겠지만 북핵문제 때문이지요.”
“북한이 요구하는 게 뭐냐?” “미국보고 전쟁 안하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것인데요.” “그러냐?”

핵을 개발하면서 미국에 북미불가침조약체결을 요구하는 북한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추석 때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와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손님이 오셔서 부자간의 “남북 혹은 북미 대화”는 중단되었다. 우리는 보수든 진보든 북핵 문제에 대해 제 나름의 걱정을 한다. 하여튼 아버지와 나의 진지한 대화는 계속 될 것이다.

"파병 반대하는 사람" "저요 저요"
"파병 반대 집회 참석할 사람" "쟤요, 얘요!"

우리 이웃 중 많은 이들은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음흉한 속셈에 대해 잘 모른다.  전세계 반전평화주의 자들이 목놓아 외치는 함성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궁지에 몰린 미국은 이라크에 우리의 전투병을 파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를 둘러싸고 찬성보다는 파병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을 투표용지로 보는 정치인들이 판치는 우리의 현실에서 생각 뿐, 목소리 뿐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감히 주장하건대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반전평화"를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딛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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